[인터뷰] 前EU집행위원 "대북압박 강화로 北핵보유국 추구 바꾸기 어려워"

입력 2017-09-15 16:12  

[인터뷰] 前EU집행위원 "대북압박 강화로 北핵보유국 추구 바꾸기 어려워"

벨기에 부총리 출신 드휴흐트 전 EU 집행위원 "선제 군사공격, 매우 위험한 선택"

"北, 국제사회 중재도 안 받아들일 것"…北美 직접대화 불가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카렐 드 휴흐트 브뤼셀자유대학교(VUB) 유럽학연구소(IES) 소장은 15일 북한의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핵 능력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 군사공격은 더 큰 충돌로 이어져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등 그 대가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해 매우 위험하므로 결국 제재와 함께 대화·협상을 병행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학을 자임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중재는 당사자들이 협상할 의사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 결국 북미 간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고 점을 시사했다.


벨기에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2004~2009)과 유럽연합(EU) 개발·인도주의지원 담당 집행위원(2009~2010), 통상담당 집행위원(2010~2014)을 지낸 드 휴흐트 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드 휴흐트 소장은 최근 VUB내 IES에 유럽에서 최초로, 한국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코리아체어(한국 석좌연구직)'를 설치하기로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합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VUB의 IES에 '코리아체어'를 설치하게 된 동기는.

▲그동안 미국에는 한국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코리아체어'가 여러 곳에 설치됐는데, 유럽에는 없었다고 한다. 나는 EU 집행위원 시절에 한-EU 자유무역협상(FTA) 협상대표로 참여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다. IES내에 코리아체어를 두게 됨으로써 IES가 유럽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는 중심지가 될 것이다. 또 코리아체어를 통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한국과 유럽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리아체어는 언제 공식으로 임명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나.

▲한국 측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일단 내달 17일 공식 출범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코리아체어 후보자는 결정됐나.

▲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고 내주께 돌아와서 바로 결정할 계획이다.

--벨기에 정부와 EU 집행위원회에서 핵심역할을 했는데 한국과 EU의 양자관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EU 양자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정상 간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장관급 수준의 교류도 많다. 특히 한-EU FTA 이행 점검을 위한 회의가 매년 진행되고 있는 등 양측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이고 적절하게 논의되고 있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 6년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협상을 이끌었던 당사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기대했던 것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보나.

▲한-EU FTA는 매우 훌륭한 FTA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한때 한-EU FTA에 대해 비판적인 때가 있었다. 얼핏 보기에 한국보다 EU에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양측 모두 혜택이 커지고 있고, 점점 이익의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 더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장 양측간 교역이 많이 늘었다. FTA 덕분에 한국과 EU의 관계가 심화하고 긴밀해졌다고 본다. 매년 통상장관회의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

한국과 체결한 FTA는 EU가 베트남, 캐나다 등과 체결한 FTA의 모델이 됐다. FTA는 장기적으로 양측간에 이익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한-EU FTA에서 개선되거나 업데이트돼야 하는 분야는 뭐라고 생각하나.

▲유럽 입장에서 메인 이슈 중 하나는 직수입(Direct import)에 대한 개념문제다. 유럽 수출품이 싱가포르를 거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도 직수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 측에선 개성공단 생산물품에 대한 FTA 적용문제가 있는데, (남북대치 심화,개성공단 폐쇄 등) 상황이 변한 만큼 한국의 입장도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EU 측은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데 대해 개방적이다.

--지난 7월에 EU-일본 간 FTA가 서명됐다. 일본과 경쟁 관계인 한국 입장에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EU는 일본과 FTA에 대한 정치적 합의만 했을 뿐이다. 아직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 절차적인 문제만 해도 갈 길이 멀다. EU 이해당사자들이 일본과의 FTA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해법을 찾기 위해 논의해야 할 이슈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완전히 타결된 협상이 아니다.

--중국은 EU의 최대 무역파트너인데, 중국과의 FTA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나는 중국과 EU 간 FTA 체결에 대해선 현재로써는 의문을 가진다. EU는 꽤 오래전부터 중국과 투자협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투자협정에는 시장접근과 관련한 많은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별로 진전된 게 없다.

양측이 투자협정과 시장접근 관련 이슈부터 시작해서 무역협정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전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다. EU-중국 간 FTA는 현재로썬 성숙한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가 개방돼 있다고 늘 주장하지만, 진짜 개방적이라고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

무역협정 체결은 중국이 글로벌 자유시장경제체제로 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중국이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시장체제로 가야 한다.


--외교부 장관 재임 시절에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고, 얼마 전에 6차 핵실험을 했다. 북핵 문제가 국제안보와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어떻게 전망하나.

▲참 어려운 문제다. 북한 체제가 핵보유국으로 가기로 방향을 결정했는데,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체제 유지를 명분으로 핵보유국을 지향하고 있다. 그들은 핵보유국이 되면 자신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정확성,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핵탄두의 소형화,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남은 문제로 보인다. 그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나갈 것이며 그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을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 신뢰할 수 없다.

--국제문제 전문가로서 볼 때 북한 핵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일각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데, 선제공격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매우 매우 리스키한 선택이다. 우선 선제공격을 하게 된다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현재 휴전선 인근에 있는 남북한의 100만명 병력이 대치해 있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50㎞ 떨어져 있다.

선제공격하면 북한은 파괴되지 않고 남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서울을 공격할 것이다. 더 큰 충돌로 이어져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가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이다. 중국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선 비판적이고 과거보다 경제제재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북한 체제가 무너져 북한 대신에 한국이 중국과 새롭게 국경을 맞대는 것을 바랄까.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EU도 새로운 대북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대북제재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나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지한다. 그러나 대북경제제재가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내가 경험상으로 볼 때 독재국가에서는 경제적 제재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목적,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된다.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 특히 중국이 나서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원유 수입을 제한하더라도 북한 지도부는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주민들을 쥐어짤 것이다. 섬유수출을 못 하게 하면 북한 체제가 타격을 받긴 하겠지만, 북한 주민이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경제적 제재가 가혹하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EU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란 핵 문제 때처럼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란 핵 문제 때 엄밀히 말하면 EU는 중재자가 아니라 한 축으로 참가했다.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EU가 이란과의 협상 테이블에 참가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스위스가 이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고, 스웨덴의 역할도 거론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중재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본다.

중재는 양측이 모두 협상을 하려고 하고 준비가 돼 있을 때 가능하다.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려고 할까, 군부가 이를 포기하려고 할까.

더욱이 EU가 중재하려고 해도 북한이 EU를 중재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EU는 이미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어 북한은 EU를 강한 제재에 나선 플레이어로 간주할 것이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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