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생활 산불 이재민 "죄송하게도 올 추석 차례는…"

입력 2017-09-24 10:31  

컨테이너 생활 산불 이재민 "죄송하게도 올 추석 차례는…"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조상님께 죄송하지만 올 추석 차례는 못 지내요."

지난 5월 6일 대관령 기슭에서 발생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강릉 시내로 삽시간에 옮겨붙었다.

산불은 37시간 43분 만에 진화됐지만 252ha의 울창한 산림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로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은 37세대(80명)에 이른다.

이들은 임시 주거용 조립식 주택 6세대(13명), 친척 집 7세대(12명), LH 임대주택 24세대(55명)가 각각 흩어져 불편함 속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산불이재민 최종필(73·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씨는 몸이 불편한 아내(72)와 함께 16.5㎡(5평) 정도의 좁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

산불로 100㎡ 규모의 집을 잃었다.

58년간 산 집이다.

다급한 나머지 부모님 영정과 족보를 챙기지 못해 조상님 볼 면목이 없다.

현재 최씨 집 인근에서는 산사태 방지사업이 한창이고 불에 탄 나무는 그대로 있는 등 산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4남매를 둔 최씨는 이번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좁은 컨테이너 집에서 외지에서 고향에 내려올 가족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다.

종손이어서 그런 결정은 쉽지 않았다.

영정과 족보도 모두 불에 타 죄스러운 마음인데 차례상까지 차리지 못해 조상 볼 낯이 없다.

여태껏 차례를 지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며느리가 일부 차례 음식을 해오고 집에서도 장을 봐 준비했다.

그러나 올해는 차례를 지내지 못하는 대신 성묘만 하기로 했다.

대신 차례 지내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성을 다하기로 했다.

최씨는 "자녀들이 손주들과 함께 내려온다고 해 기쁘기는 하지만 집이 좁아 잠자리가 큰 걱정"이라며 "창고를 겸해 사용하는 임시 컨테이너를 청소해 사용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씨의 걱정은 이번 추석 차례만이 아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 데 최씨가 집을 지을 예정인 곳의 산사태 방지사업 등이 아직 끝나지 않아 좁은 컨테이너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집 건축이 늦어지면서 내년 설도 벌써 걱정이다.

지금 집으로 쓰는 컨테이너도 1년이 되는 내년 5월이면 돌려줘야 해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

최씨 외의 다른 산불이재민들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하게 보내야 할 추석을 시내 자식 집이나 친척 집에서 차례를 지내야 하는 등 불편함 속에 추석을 맞게 됐다.

yoo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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