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역사학자 고발로 확인…"건립 주최측 사과하고 문제 석판 제거 소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지난주 제막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AK) 개발자 미하일 칼라슈니코프 기념 동상이 구설에 올랐다.
동상 받침대에 부조(浮彫)된 소총 설계도가 칼라슈니코프가 개발한 AK-47 소총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제작한 StG 44소총 설계도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칼라슈니코프가 맞서 싸워 부상까지 입은 나치 독일의 소총 설계도가 그의 기념 동상에 버젓이 새겨진 것이다.
논란은 한 역사학자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려 "칼라슈니코프 동상에 독일 소총이 새겨졌다"고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 이 고발은 사실로 확인됐고, 네티즌들은 AK 소총 개발자를 기리기 위한 동상에다 어떻게 이런 실수를 범할 수 있느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동상 건립을 주도한 러시아 군사역사협회는 2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 실제로 부조된 설계도가 독일 소총 설계도임이 확인됐다"고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의 설계도가 들어간 석판을 뜯어내겠다고 밝혔다.
동상 제작자인 조각가 살라바트 셰르바코프는 이날 곧바로 석판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소총의 명품'으로 통하는 AK-47 소총을 개발해 러시아 내에서 '조국 수호의 1등 공신'으로 추앙받는 칼라슈니코프 기념 동상은 지난19일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 '사도바야 카레트나야 거리'에 세워졌다.
동상은 4m 높이의 받침대와 그 위에 올려진 5m 높이의 칼라슈니코프 전신상으로 이루어졌다.
동상 받침대 뒷면에는 칼라슈니코프가 설계한 여러 소총 모델과 설계도면, 공구 등이 부조로 묘사돼 있고 '나는 소련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만들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바로 이 받침대 부조에 문제의 석판이 붙어있다.
칼라슈니코프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1년 전차부대에 근무하다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에서 독일군과 교전 중 부상해 입원 치료를 받던 도중 소총 개발 구상에 착수해 1947년 AK 소총 개발에 성공했다. AK-47이란 명칭도 자동소총 칼라슈니코프(Avtomat Kalashnikov)의 머리글자와 소총이 개발된 연도를 합쳐 붙여졌다.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의 '이쥬마슈' 무기공장에서 첫 생산된 1천500정의 소총이 실전 시험을 통과하면서 1949년 소련군의 표준 개인화기로 채택됐다.
이 총은 성능이 우수하고 분해 조립이 간편하며, 제작비도 싸게 먹힐 뿐 아니라 물에 젖거나 모래가 들어가도 잔고장이 나지 않는 등의 탁월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한국전 때 북한군이 사용한 ‘따발총’으로도 잘 알려진 AK-47 소총은 이후 AKM, AK-74, AK-74M, AK-101~108 시리즈 등 개량형이 개발되고 민간용 변형 소총까지 나오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외국에서도 이쥬마슈 공장의 면허를 받아 AK 소총을 생산하기도 했다.
개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변종으로 전 세계에서 2억 정 이상이 생산된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 북한을 비롯한 100여 개 국가 군대에서 사용되고 있다.
AK-47에서 발사된 총알에 맞아 숨지는 사람 수가 연간 25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면서 소총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칼라시니코프는 생전 "내가 개발한 AK-47 소총이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 많은 불행을 초래한 것이 안타깝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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