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축기지 입점 심사…새우·닭꼬치 많아, 한식 없어 아쉬움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닭고기에 염지(鹽漬)가 돼 있죠? 고기 자체가 짜서 양념이 의미가 없을 정도예요."
"푸드트럭 높이가 너무 높아서 손님이 조리 과정을 볼 수가 없어요. 위에 단 조명도 기회가 되면 낮추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일렬로 늘어선 갖가지 색깔의 푸드트럭 앞마다 시민들이 줄을 선 가운데, 5∼6명이 진중한 표정으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바로 다음 달 금·토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설 '밤도깨비야시장'에 입점할 푸드트럭을 심사하는 자리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앞서 여의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반포, 청계천, 청계광장에 야시장을 차려 서울의 관광 명소로 띄운 바 있다. 문화비축기지는 서울 시내 6번째 야시장이 된다.
이날 심사는 도전장을 낸 32개 팀 가운데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선정된 15개 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심사를 통과한 푸드트럭은 하루 7만5천원을 내고 다음 달 열리는 야시장에 약 9차례 입점할 기회를 얻는다.
요리 전문가와 차량 안전 전문가 등이 심사에 참여해 맛·가격·위생·메뉴의 독창성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지원자들은 그동안 마땅한 장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불법으로 영업을 하거나, 허가받은 장소라도 행인이 적어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열려 많은 시민이 찾아오는 서울시 야시장에 끌리는 이유다.
이들이 선보인 요리는 닭꼬치·햄버거·샌드위치 등 '전통적인' 푸드트럭 메뉴부터 프랑스 가정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종사촌 사이인 윤모(22)씨 등이 차린 '필살 샌드위치'는 이날이 첫 개시였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명물이라는 '필리 스테이크'와 '연어'(Salmon)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들은 필리 스테이크에 향신료, 양배추, 양파, 치즈, 할라페뇨 등을 버무려 구운 바게트에 담아냈다.
한 입 베어 물자 고기의 풍미와 더불어 '아삭아삭'한 야채의 식감과 알싸한 향신료 맛이 한아름 몰려왔다. 초벌구이를 한 쫄깃한 '뼈 없는 닭발'에 불닭소스를 버무렸다는 '닭발 샌드위치'도 손님의 이목을 끌 듯싶었다.
푸드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청년뿐 아니라 백발이 희끗한 중·장년층도 있었다.
3천원 하는 닭꼬치와 2천원짜리 양꼬치를 파는 '용푸드'는 환갑을 넘긴 송모(63)씨가 주인이다.
송씨는 지원서에 "쓸쓸한 노년보다는, 신체가 건강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때 활동하고 싶어서 늦은 나이임에도 푸드트럭을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뼈 없는 닭 날개 사이에 볶음밥을 채워 넣은 음식을 선보인 '이상한 트럭', 찐 오징어와 볶음밥의 궁합이 독특한 '엠비셔스', 햄버거와 핫도그를 내놓은 'BGM' 등이 손님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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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평소 접하기 어려운 프랑스 가정식 '까쏠레이'(소시지를 메인으로 베이컨·강낭콩·토마토 퓌레·그린빈을 곁들인 요리)를 선보인 임모(52)씨의 푸드트럭 '카쏠래'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까쏠레이는 1인분에 8천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임씨는 가격 때문에 좋은 재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한 벼룩시장에서 까쏠레이를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며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이 요리를 연구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소시지를 찾느라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도전장을 낸 푸드트럭 중에서는 유독 닭꼬치와 새우 요리가 많고, 반면 한식은 아예 없어 요리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요리가 대체로 짜다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
시는 문화비축기지에서는 다른 야시장과 달리 다시 쓸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는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야시장 한편에는 설거지 공간도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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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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