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트럼프…이번엔 체육·방송계와도 옥신각신(종합)

입력 2017-09-24 07:16  

'좌충우돌' 트럼프…이번엔 체육·방송계와도 옥신각신(종합)

NFL 선수·구단주에 독설…NBA 스타 백악관 초청 취소

방송가에선 김정은 '늙다리' 발언에 관심…검색도 폭주

체육계 반발에도 또 트윗 "특권 원하면 국기에 결례해선 안돼"

(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이승우 특파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말 폭탄'을 주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정치권과 국제 외교 무대를 넘어 곳곳에서 각계각층과 충돌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 4대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 선수·구단 등과 연달아 티격태격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한 '늙다리 미치광이(dotard)'란 표현을 두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NFL 선수와 구단주들에게 먼저 공세를 취했다.

전날 공화당 루서 스트레인지 의원의 지지 유세를 위해 앨라배마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NFL 일부 선수가 국가 연주 때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로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국기와 국가에 무례하게 행동한 선수들을 당장 내쫓으라고 구단주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소수 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가 연주 때 일어서지 않은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영 거슬렸던 모양이라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그러자 NFL과 소속 선수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허리케인 '하비', '어마' 피해로 고통받을 때 구단과 소속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복구에 동참한 것을 상기시키며 NFL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몰이해'를 꼬집었다.

대통령이 프로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리그를 존중하려는 의사도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서 "운동선수가 NFL이나 다른 리그에서 수백만 달러를 버는 특권을 원한다면, 그는 우리의 위대한 국기 또는 우리나라에 결례를 하도록 허용돼선 안 되고, 국가(연주)에 일어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해고다. 다른 할 일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NBA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를 겨냥해 "백악관 초청을 취소한다"는 트윗을 올리자, NBA 선수들 사이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커리는 관례대로 초청받은 데 대해 "백악관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 소식을 듣자 트럼프 대통령이 선수를 치듯 '초청 취소' 트윗을 날린 것이다.

커리 못지않은 슈퍼스타인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백악관에 가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비꼬았다.

과거 마이클 조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코비 브라이언트(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과 증오"의 원천으로 꼽으며 커리 지원 사격에 나섰다.

NBA 선수협회의 미셸 로버츠 회장은 커리에게 "백악관 초청 취소는 가슴에 다는 명예 훈장이라고 생각하라"고 위로했고, 커리의 아내 에이샤는 "이참에 (멕시코) 지진 피해 구호나 하시지"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포츠계의 '반목'은 취임 초기부터 조짐이 보였다.

미국프로야구(MLB) 워싱턴DC 연고팀인 워싱턴 내셔널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구 제안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단번에 거부했다.

그러자 과거 역대 대통령 단골 시구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시구자로 모실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유명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대회는 대통령이 우승팀을 예측하며 대진 추첨을 하는 '브래킷 행사'(Brackets)가 전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스포츠계에서는 농구광인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브래킷 행사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딴죽을 거는 것으로 보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유명 방송 토크쇼 진행자인 빌 마허는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나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쓴 'dotard'란 표현에 대해 "이 단어는 셰익스피어로부터 유래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는 단어 검색이 폭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인들과 공격적인 언사를 주고받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MSNBC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 진행자 조 스카버러와 공동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를 겨냥해 '지능이 낮은 미친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적이 있다.

그러자 그전까지 공화당원이던 스카버러는 당장 당을 탈당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망치고 있다"며 반 트럼프 진영에 합류해 버렸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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