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차기 총리후보는 아르바이트 전전하던 31세 대학 중퇴자

입력 2017-09-24 06:00  

伊차기 총리후보는 아르바이트 전전하던 31세 대학 중퇴자

중앙정계 진출 4년 만에 당대표 겸 총리후보 꿰차…소통·친화력 강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는 이탈리아 신생 정당 오성운동의 총리 후보로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원내부대표가 선출됐다.

오성운동은 23일 이탈리아 북동부 해안에 위치한 리미니에서 열린 연례 회동에서 21∼22일 진행된 오성운동 당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경선 결과 디 마이오 의원이 83%의 압도적 지지율로 총리 후보 겸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며 대학을 중퇴한 보잘 것 없던 31세 청년이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한 지 불과 4년 만에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는 정당을 이끄는 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자리를 꿰차는 입지전적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디 마이오는 1986년 남부 나폴리 인근 도시 포밀리아노 다르코에서 우파 정당 활동가였던 아버지와 이탈리아어·라틴어 교사이던 어머니 슬하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폴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학비를 위해 웹 디자이너 겸 관리자 일을 병행하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40%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에 신음하는 이 시대 여느 이탈리아 젊은이들처럼 웨이터, 축구장 안내원, 건설 현장 노동 일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도 닥치는대로 해야 했다.

하지만, 2013년 초에 치러진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에 편승해 약 25%에 달하는 표를 얻으며 창당 4년 만에 일약 민주당에 이은 제1야당으로 부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디 마이오는 이때 탄생한 160여 명의 오성운동 젊은 의원들 틈에 끼어 의회에 입성했다.

디 마이오는 타고난 소통 능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총선 직후 만 26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하원 부의장으로까지 선출되는 기염을 토하며 오성운동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어린 나이와 일천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원 부의장으로서 첨예한 정치적 이해 관계를 무난하게 조율하며, 정치 감각을 인정받았고, 오성운동의 창립자 겸 실권자인 베페 그릴로 대표는 이런 그의 자질을 높이 사 당의 차기 지도자로 일찌감치 그를 낙점했다.

디 마이오는 치안과 이민 정책에 있어 강경한 노선을 고수해 정치적으로는 우파 성향으로 여겨지지만, 집권 시 유로화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하는 호전적인 그릴로와는 달리 유럽연합(EU)에 대해 비교적 친화적이고, 시장에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온건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상 진한색 양복에 깨끗한 와이셔츠를 받쳐 입는 말쑥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그는 뛰어난 언변과 호감형 외모를 갖춰 대중적 호소력이 높고, 이탈리아 어느 주류 정치인보다도 젊어 혁신적 이미지를 지닌 것이 정치적으로 큰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그의 일천한 경험과 대단하지 않은 이력을 고려할 때 그가 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최근 디 마이오에 대해 "TV 화면상에선 좋아 보이지만, 이탈리아에 아무 것도 가져올 수 없는 정치적 '운석'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의 출신국을 베네수엘라라고 잘못 언급하는 등 종종 상식이 부족한 면모를 드러내는 것도 디 마이오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이번 경선을 통해 오성운동 실권자인 그릴로에게서 당 대표 자리도 공식적으로 넘겨받았다. 오성운동의 2막을 여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 셈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로 다가온 총선에서 집권당이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일단 젊은층에 집중돼 있는 지지도를 장년층, 노년층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대안 없이 분노와 비난만 표출한다는 비판 속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포퓰리즘' 정당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좀 더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디 마이오가 지난 3일 이탈리아 저명 사업가들이 모인 '암브로세티 경제 회의'에서 "우리는 세간의 인식처럼 포퓰리스트도 아니고, 반(反) 유럽연합(EU) 세력도 아니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통치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은 향후 그의 당 운영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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