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농심배 4연승 기쁘지만…아직 안 끝났어요"

입력 2017-09-27 06:00  

신민준 "농심배 4연승 기쁘지만…아직 안 끝났어요"

농심배 첫 주자로 출격, 1차전 싹쓸이 승리로 기선제압

"입단 후 첫 성과라 생각…응씨배 우승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중국·일본 기사 4명을 홀로 연파하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차전을 '싹쓸이'한 기사 신민준 6단은 아직 앳된 얼굴을 간직한 18살 소년이다.

한국·중국·일본의 바둑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 신민준 6단이 출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5번의 도전 끝에 대표팀으로 선발됐다.

'꿈의 무대' 같았다는 첫 대국에서는 무척 떨었지만, 지난해 농심배 7연승을 달린 중국의 판팅위 9단에게 불계패를 안기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어 일본의 위정치 8단, 중국의 저우루이양 9단, 일본의 쉬자위안 4단을 연달아 꺾으며 4연승으로 대회 1차전을 지배했다.

2차전은 오는 11월 25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다. 신민준 6단은 중국 천야오예 9단을 상대로 5연승에 도전한다.

2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민준 6단은 "처음 대국장에 들어갔을 때 5분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대국장 풍경이 너무 생소해 마치 '꿈의 무대' 같았다. 엄청나게 떨었다"고 농심배 첫 대국 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첫판을 이기고 나니 "다른 대국과 비슷하게 둘 수 있었다"며 침착하게 4연승을 달린 비결을 설명했다.

또 "상대분들이 승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장면에서 실수를 계속해줬다. 운이 좋았다"며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잘 대응한 덕분 아니냐'는 말에는 "대국 내용이 괜찮았던 것 같다"며 부인하지는 않았다.




신민준 6단은 1차전 임전 목표가 '4전 전승'이라고 밝혔고, 목표를 달성했다.

2차전 목표에 대해서는 "천예오예는 워낙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다. 일단 그 판을 이기고 나서 생각해보겠다"며 신중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4연승 후 매우 기뻤지만, 아직 연승이 끝난 게 아니다"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중국에는 커제 9단도 남아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농심배 2차전을 집중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민준 6단은 13세이던 2012년 7월 제1회 영재입단대회에서 입단했다. 한 살 아래 동생이자 국내 랭킹 2위인 신진서 8단이 입단 동기다.

지난해 7월 매지온배 신인왕전에서 우승하며 첫 타이틀을 따냈지만, 전체 기사가 참가하는 국제기전에서는 아직 우승 경력이 없다.

신민준 6단은 "입단하고 나서 딱히 성적을 낸 게 없었는데, 이번에 가장 큰 성과를 낸 것 같아서 기쁘다"며 "앞으로 계속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목표가 '세계대회 우승'이라는 그는 특히 "4년에 한 번 열리는 응씨배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도 당차게 밝혔다.

신민준 6단은 2남 중 장남이다. 아버지는 '명성황후', '천추태후', '대왕의 꿈' 등을 연출한 신창석 KBS 드라마 PD다.

신민준 6단은 아버지가 두시는 인터넷 바둑을 보고 재미를 느껴 부모님께 바둑을 배우겠다는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6살 때였다.

이번 농심배에서도 그는 1번 주자로 나서겠다고 먼저 나섰다.

신민준 6단은 "랭킹상으로 저 아니면 김명훈 5단이 1차전에 나갈 것 같아서 각오하고 있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빨리 나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명훈 형은 상관없다고 해서 목진석 대표팀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감독님께서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농심배에는 신민준 6단과 김명훈 5단, 그리고 국내랭킹 1위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이 함께 출전했다.




박정환 9단은 신민준 6단이 이세돌 9단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프로기사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커제 9단도 좋아한다.

이 가운데 이세돌 9단은 신민준 6단의 스승이기도 하다.

신민준 6단은 입단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7월까지 이세돌 9단의 내제자를 지냈다. 이세돌 9단의 자택에서 묵으며 바둑을 배운 것이다.

신민준 6단은 "많은 것을 배웠다. 제 바둑이 둔탁하고 느린 편인데, 이세돌 9단에게서 발 빠른 행마와 상대를 몰아치는 법을 많이 배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 배움을 바탕으로 신민준 6단은 이번 농심배 국내 선발전에서 스승 이세돌 9단을 누르고 태극마크를 다는 청출어람의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신진서 8단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양신'으로 불리며 함께 입단했지만 먼저 앞서간 신진서 8단은 신민준 6단에게 비교 대상이 되곤 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바둑도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내가 꾸준하게 올라가면 된다'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꾸준하게 노력해서 따라잡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올해 입단 6년 차인 그는 "5년 후에는 전성기가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중간 단계다. 기복을 없애면서 안정감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준 6단은 승리의 짜릿함도 좋아하지만, "바둑은 스포츠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바둑에는 승패라는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바둑은 '한 판의 그림'같은 작품"이라는 게 신민준 6단의 바둑관이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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