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후기 주목한 '하버드 중국사' 국내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당(唐·618~907) 현종 시절인 755년 절도사 안녹산(安祿山)이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 난은 이듬해 수도 장안을 장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안녹산 암살 이후에도 사사명까지 이어진 난은 왕조를 뿌리째 흔들었다.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미국 스탠퍼드대 사학과 교수는 신간 '하버드 중국사-당'(너머북스 펴냄)에서 안녹산의 난을 단순히 당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읽어내지 않는다. 8년 남짓 진행된 이 난이 중국사의 전체 궤도에서 결정적인 순간, 즉 새로운 문명으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다.
300년의 당 역사를 소개한 이 책은 안녹산의 난 이후를 설명하는데 많은 양을 할애했다.
초창기만 해도 인구 대다수는 북부 최대 수로인 황하와 지류인 위하, 분하 유역에 거주했다. 하지만 안녹산의 난을 전후로 북서부에서는 경제적·생태적 쇠퇴가 시작됐고 북동부는 이민족에게 점령당하거나 경계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러는 사이 남부가 경제와 인구,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북부를 압도하면서 제국의 중심지로 떠오른다. 저자는 남부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과 동시에 상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책은 장안과 낙양의 폐쇄적인 도시 구조가 8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모습을 되살려낸다.
600쪽이 넘는 책은 서구 학계의 방대한 학술성과를 집대성했으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중간중간 채워 넣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떠올리게 하는 모란꽃 열풍, 장안 홍등가에서 동시에 펼쳐졌던 과거시험 합격생을 위한 축하연과 불합격생을 위한 위로연 등 당대 생활상들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이번 책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마련된 미국 하버드대의 중국사 기획 '하버드 중국사' 중 한 권이다.
각각 남·북조, 당, 송, 원·명, 청의 흥망성쇠와 의미를 다룬 책들은 차례대로 국내에 소개됐으며 첫 책인 '진·한-최초의 중화제국' 편만 출간을 남겨둔 상태다.
김한신 옮김. 616쪽.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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