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위인의 이면을 조명하다…영화 '대장 김창수'

입력 2017-09-27 18:49   수정 2017-09-27 19:17

역사 속 위인의 이면을 조명하다…영화 '대장 김창수'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역사 속 실존인물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에는 큰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영화화를 위해서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역사 왜곡 등 여러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을 다룰 경우에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기에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더 어려워진다.

내달 19일 개봉하는 '대장 김창수'는 교과서 속 위인을 다루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과거를 조명하는 방법으로 이런 어려움을 비켜간다.

실존했던 독립운동가의 빛나는 투쟁의 순간이 아니라 거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었던 암흑의 시기를 다루면서 천하고 평범했던 청년이 구국의 지도자로 거듭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김창수(조진웅 분)라는 이름의 조선 청년이 일본인을 맨손으로 때려죽인다.

살해 혐의로 체포된 그는 재판장에서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것이다.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고 외치지만,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에 수감된다.





일본의 편에선 조선인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 분)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김창수를 갖은 고문으로 괴롭히고 죄수들마저 김창수에게 등을 돌린다.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투지로 살아왔지만, 외골수에 혈기만 넘치던 청년 김창수는 어두운 감옥 안에서 사형수의 신분으로 625일을 보내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그는 못 배우고 못 가졌다는 이유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그저 고통을 당해내기만 하는 조선인들을 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는 이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진정서를 대신 써주기도 하고 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죄수들을 이끄는 대장이 된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그저 고통을 감내하기만 하던 죄수들 역시 김창수를 통해 스스로 변하면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점차 변모해간다.

영화는 혼란스러웠던 조선 말 인천 감옥에 모인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인천 감옥에 수감된 이들은 대부분 억울하게 잡혀 온 천민들이었다. 감옥 밖 세상에서 온갖 천시를 겪고 잡혀 온 이들은 감옥 안에서도 조선인 간수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지만 해학과 웃음을 잃지 않으며 서로 의지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조선인 간수들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송승헌이 연기한 감옥소장 강형식은 가장 악랄한 악인이다. 그는 조선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 아래 일본의 편에서 조선인 죄수들에게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그는 죄수들을 일본의 철도 부설 사업에 강제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죄수들을 위해 진정서를 몰래 전달해주고 김창수와 죄수들의 탈출을 눈감아 주는 간수들도 있었다.

영화는 말미에 가서야 김창수가 훗날 임시정부의 지도자가 된 백범 김구임을 밝힌다.

이원태 감독은 "우리가 흔히 김구 하면 임시정부 주석으로서 이룬 혁혁했던 독립 투쟁을 떠올리는데 그 빛나는 순간이 있기까지 겪었던 암흑의 시간이 그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청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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