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국 가봉에 관심을" 박상철 대통령 경호실장 겸 한인회장

입력 2017-09-28 14:20  

"자원부국 가봉에 관심을" 박상철 대통령 경호실장 겸 한인회장

두 아들 포함 한인 10명 대통령실 근무…"한국 위상 매우 높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가봉공화국은 아프리카 중서부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나라다. 한반도 면적보다 큰 규모(26만7천667㎢)지만 인구는 180만 명밖에 안되며,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이 나라 대통령은 57년 동안 단 3명뿐이다. 초대 레옹 음파(재임기간 7년)에 이어 오마르 봉고(42년)와 현 대통령인 아들 알리 봉고 온딤바(8년째)다.

태권도 9단의 한인 박상철(65) 사범은 1984년 오마르 봉고 대통령을 경호한 데 이어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33년째 대통령을 모시고 있다. 알리 봉고 대통령이 프랑스 유학시절 현지까지 날아가 밀착 경호를 한 인연으로 지난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경호실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세계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경호실장은 27일부터 서울 잠실의 롯데 호텔에서 열리는 재외동포재단 주최의 '2017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가 중이다. 대통령 최측근에 있어야 할 그가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뭘까?

"사실 알리 봉고 대통령을 모시고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어야 하지만 취임식 날짜가 정해지기 전 한인회장대회 일정이 먼저 결정됐죠. 사전에 참가의사를 밝혀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는 대통령 경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가봉에 뿌리를 내린 1세대 한인이라는 사명감 때문에 100여 명이 거주하는 한인사회를 보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인들의 요청에 따라 1996년부터 2년씩 3차례 한인회장을 지냈던 그가 2009년부터 다시 임기를 수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회장이 한인회장대회에 꼭 참석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각국 한인회장은 물론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가봉을 알리기 위해서다. 대통령도 그에게 투자유치를 기대하면서 이 행사에 참석하도록 배려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라늄과 망간, 금 등 매장자원과 아름다운 자연 등 가봉은 무궁무진한 자원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누구든 가봉에 진출하거나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적극 돕겠습니다. 가봉 대통령실에는 저를 포함해 제 두 아들도 근무하고 있어요."

장남 진형(36)씨는 보좌관, 차남 건형(34) 씨는 의전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한다. 여기에 한인 7명이 더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박 실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한인이 대통령을 모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거주 한인 10%가 대통령실에 있다 보니 이 나라에서 한인의 위상은 아주 높다. 경찰이나 군인이 검문검색을 할때 "한국인입니다"하면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랜드 마스터 박과 아는 사이'라며 그를 직접 거론하면 아예 무사통과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가봉 대통령부터 국민까지 모두 한국에 친근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같은 사례를 들었다고 했다. 사업하기 좋은 인맥을 구축해 놨으니 걱정 말고 투자를 하라는 제안인 셈이다.

그가 한국인의 현지 진출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 가봉에 갔을 때는 중국인은 한 명도 없었지만, 지금은 4천 명으로 늘었다. 중국은 가봉 정부가 요청하면 도로공사, 학교 건립 등 기간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은 가봉이 매력이 없겠죠. 하지만 먼 미래를 보고 투자와 교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어요. 전략적 진출이라고 하죠. 광산, 농업 등에 투자한다면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가봉은 현재 콩고, 기니, 카메룬, 중앙아프리카 등 인접 국가로 통하는 길을 뚫고 있다. 에어프랑스가 독점하는 항공 노선도 개방할 계획이다. 알리 봉고 대통령이 물류가 통할 수 있고, 관광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6년 전부터 관광 사업이 일어나고 있어요. 정글 투어와 고래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유럽 등지에서 들어오고 있죠. 호텔과 시설들은 부족하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대통령은 농업개발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가봉에서 산 그는 인천광역시 강화에서 태어나 경기도 의정부에서 성장했다. 중학교 때인 1966년 태권도를 시작했고, 51년째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태권도 6단 시절인 지난 1982년 해외개발공사에서 공모한 사우디아라비아 태권도 사범에 뽑혀 대기하다가 이듬해 초 가봉 정부에서 대통령 경호실 직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시해 합격한 뒤 1984년 초 가봉에 갔다.

그는 경호실에 들어가 태권도를 보급했고 2년만에 가라테를 대체했다. 현재 가봉의 태권도 인구는 20만명 정도로 축구 다음으로 국민 스포츠라고 한다. 태권도협회, 체육부 등이 치르는 대회만 한해 20여 회가 넘을 정도다. 이 나라 국방부는 태권도를 의무화해 교육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박상철배태권도대회'는 대회 규모가 가장 크다.

"저는 정년 연한이 없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할 생각입니다. 가봉 국민은 우리 한민족처럼 착하고 순합니다. 가봉은 이제 편안한 제2의 고향입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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