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 백두산 화산 대폭발 촉발 가능성 있다"

입력 2017-10-01 07:30   수정 2017-10-01 07:57

"북한 핵 실험, 백두산 화산 대폭발 촉발 가능성 있다"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저자 소원주 박사 "인공지진은 마그마방 뚜껑 붕락 방아쇠"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논픽션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의 저자인 소원주 박사(울산중앙고 교장)는 1일 "북한이 핵 실험을 계속한다면 인공지진이 백두산 화산 폭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잦은 인공지진이 화산 지하에서 마그마의 호수를 가두고 있는 크립토 돔(crypto dome)에 균열을 일으킨다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힘이 크립토 돔의 균열을 일으키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히로사키(弘前)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소 박사는 백두산 화산재를 20여 년간 연구하고 2010년 이 책을 펴냈는데,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북한이 백두산 인근에서 잇단 핵 실험을 하면서 인공지진과 산사태에 따른 백두산 화산폭발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소 박사의 연구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소 박사는 백두산에서 10세기에 대폭발이 일어난 이후 조선시대부터 1903년까지 크고 작은 분화 폭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두산은 화산체의 직경이 100㎞, 분화구의 입인 천지의 직경은 4.5㎞로 매우 크다"며 "일본 후지산의 화산체보다 10배가 넘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런 대규모 화산이 폭발하지 않는 것은 화산 지하에서 마그마방의 뚜껑 역할을 하는 크립토 돔(crypto dome)이 마그마의 분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크립토 돔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잠재적 천장'이라고 부른다.

소 박사는 "10세기에 발생한 백두산의 대폭발이 이 잠재적 천장의 뚜껑이 한꺼번에 모두 열린 경우"라고 말했다.

화산 분화로 생긴 화쇄류(火碎流, pyroclastic flow, 화산 쇄설물이 한 덩어리가 돼 지표로 흘러내리는 현상)가 지표면 양 사방으로 흐른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시대에 이어 1903년까지의 백두산 폭발은 비교적 소규모여서 잠재적 천장의 뚜껑 일부만 터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거 대폭발로 추정해 볼 때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는 300㎦로 거대한 호수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어느 정도의 힘이 잠재적 천장의 뚜껑 일부를 터뜨릴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천장의 일부 붕락이 전체 붕락으로 이어질지 과학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도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두산 주변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해 규모 5.7의 인공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분화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세기에 일어난 백두산 폭발은 서기이래 최대 규모 화산폭발이다. 당시 화산재가 중국, 러시아, 일본 지층에 남아 있을 정도다.

백두산 화산재는 지금도 일본 홋카이도(Hokkaido, 북해도)에 2㎝ 정도의 두께가 확인된다.

백두산 대폭발 당시 화산재층이 상당히 두꺼웠을 것으로 추정하는 대목인데 당시 화산재는 백두산-함경북도 북동부 청진-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아오모리 현 사이 쓰가루 해협(津輕海峽)을 주축으로 쏟아졌다. 이 축을 타고 계속 분출된 화산재는 중국과 일본 열도는 물론 편서풍을 타고 미국 그린란드 등 전 세계로 퍼졌다.

마그마가 분출된 용암 성분 중 크기가 4㎜ 이하인 화산재가 심각한 재해를 불러오는 것은 화산재에 유리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20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189년 만에 폭발한 후 그해 4월 유럽에서 항공기 10만여 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어 항공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화산재와 먼지로 약 1년간 태양열이 차단돼 농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전기가 단전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없으며, 도로는 미끄러워 자동차 운행을 어렵게 하는 등 국가기간시설의 모든 기능이 멈추는 것이다.

소 박사는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그렇게 큰 화산폭발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라며 "지금의 백두산도 마찬가지로 대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학계의 백두산 대폭발 시뮬레이션에서 남한에도 화산재가 내릴 것으로 보고된 적은 있지만, 백두산 대폭발의 화산재가 남한에서 지층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각각의 화산재마다 고유의 성분 특성이 있는데 자신이 직접 탐사한 울릉도에서 백두산 화산재를 발견하지 못했고, 남한 어디에서도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됐다는 연구 보고서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백두산이 만약 인위적 힘에 의해 폭발한다면 북한이 가장 심각한 재난을 당하고, 북한 접경인 중국과 일본 북쪽 지방에서도 상당한 재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ee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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