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의귀·북촌·금악에 이어 5번째 개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좌·우 이념 대립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 '산간 지역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소개령으로 초토화됐다가 재건된 제주 가시마을을 돌아보는 4·3길이 개통된다.
제주도는 오는 14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무소 앞 광장에서 마을 주민과 4·3희생자유족회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시마을 4·3길' 개통식을 한다.
참가자들은 개통식이 끝나면 7㎞ 코스의 4·3길을 걷는다.
가시마을 4·3길은 가시리사무소에서 출발해 4·3 당시 마을 주민이 외부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섰던 고야동산, 가시마을을 세운 한천의 묘를 모셔둔 한씨방묘 등 11개 장소를 돌아보는 코스다.
가시리는 1948년 360여 가호가 있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다. 그해 11월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마을은 폐허가 되고, 주민들은 표선리에 있는 속칭 한모살, 버들못에서 집단으로 희생됐다.
지금의 가시마을은 1949년 5월 재건되기 시작했다. 당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안흥규, 안재호 선생의 공덕을 기리는 동상과 비가 가시리사무소에 세워졌다.
도는 가시마을 4·3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발간된 책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4·3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는 2015년 처음으로 동광마을 4·3길을 개통한 데 이어 지난해 의귀마을 4·3길, 북촌마을 4·3길을, 올해 상반기에 금악마을 4·3길 등 4개의 4·3길을 개통했다. 지금까지 월평균 500여 명의 방문객이 각 4·3길을 걷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은 '4·3 70주년 제주 방문의 해'로 지정돼 이들 4·3길이 현장 교육의 장소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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