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빛 흡수해 1시간 넘게 빛내는 '유기인광' 개발

입력 2017-10-03 00:00  

주변 빛 흡수해 1시간 넘게 빛내는 '유기인광' 개발

일본 연구팀, 네이처지에 발표

"값싼 야광 페인트 개발·바이오이미징 분야 응용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주변의 빛을 받아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어두워지면 빛을 내는 '인광'(燐光·phosphorescence· persistent luminescence)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유기인광물질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이는 기껏해야 몇 분 수준이었던 유기인광물질의 인광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신축성이 높으며 값이 싼 야광 페인트를 개발하거나 바이오 이미징 분야에 응용하는 일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본 규슈(九州)대 최선단유기광일렉트로닉스연구센터(OPERA)의 가베 료타(嘉部量太) 박사와 아다치 치하야(安達千波矢)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유기물질 분자를 혼합하고 녹여서 박막으로 만들어 유기인광물질을 개발했다. 이 중 한 가지 분자는 전자를 내놓고, 다른 한 가지 분자는 전자를 받는다. 이렇게 발생한 전하(電荷)는 물질 내에 확산돼 저장되며, 전하가 분자들과 재결합해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도 천천히 이뤄진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유기인광물질의 인광 지속 시간이 1시간이 넘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였다.

현재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시계나 표지판 등에 쓰이는 상용 인광물질은 모두 무기물질이다. 유로퓸(Eu·원자번호 63)이나 디스프로슘(Dy·원자번호 66) 등 희유금속(稀有金屬)이 포함된 무기화합물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가격이 비싸고 제조 과정에서 고온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야광 페인트에 넣기 위해 가루 형태로 만들면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불투명한 야광 페인트만 만들 수 있고 투명하게는 만들 수가 없다.

탄소를 포함한 유기인광물질도 개발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쓰이고 있으나, 인광의 지속 시간은 매우 짧다. 강한 광원(光源)이 있어야 한다거나 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등 특수한 조건이 아닌 일상적 조건에서는 인광 지속 시간이 기껏해야 몇 분에 불과했으며, 1시간이 넘는 장시간 유기인광은 이번 연구가 첫 사례다.

논문 제1저자인 가베 박사는 "많은 유기물질은 빛으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사용해 다른 색의 빛을 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의 발광은 에너지가 발광 분자 자체에 직접 저장돼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빠르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가 만든 혼합물은 보다 먼 거리로 분리된 전하(電荷)들에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런 추가 단계가 있어서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는 속도를 대폭 느리게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여 인광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슈대 OPERA 센터장인 아다치 교수는 "유기물질을 이용함으로써 도로 차선이나 나 표지판 등에 쓰이는 야광 페인트의 생산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또 천이나 유리창, 더 나아가 의료용 이미징을 위한 바이오 프로브(probe)를 만드는 데 응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유기물질을 상용화하는 데 남은 걸림돌은 산소와 물에 노출되면 인광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기인광물질을 사용하는 전자제품이나 무기인광물질 페인트 등에도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한 보호막이 들어간다. 연구팀은 분명히 해결책이 있으리라고 자신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발광 지속 시간과 효율을 늘리고 색을 바꿀 수 있도록 새로운 분자구조를 시험해 보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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