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할 말 잃은 총격 피해자들…가족지원센터엔 '무거운 침묵'

입력 2017-10-04 05:55   수정 2017-10-04 09:16

[르포] 할 말 잃은 총격 피해자들…가족지원센터엔 '무거운 침묵'

사상자 가족들 사생활 보호 위해 경찰이 삼엄한 통제…언론 근접촬영 불허

자원봉사자 "내부는 너무 조용해"…트럼프 현장방문 소식에도 시민들은 시큰둥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3일 낮(이하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2번 사우스홀.

임시로 설치한 조명탑 아래 종이로 붙인 가족지원센터(Family Assistance Center)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거대한 컨벤션센터 남쪽 끝인 이곳은 전면이 유리로 돼 있고 출입구는 두 곳이다.

한쪽은 경찰 등 기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만 드나들 수 있고 다른 한쪽은 피해자 가족 전용이다.

경찰이 10대 넘게 사이드카를 대놓고 가족지원센터 주변을 통제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클라크 카운티 검시소는 지난 1일 밤 총격범 스티븐 패덕(64)이 루트 91 하베스트 컨트리뮤직 페스티벌에 모인 2만2천여 명의 청중을 향해 자동화기를 난사한 참극이 벌어진 직후에 이곳에 가족지원센터를 열었다.

존 퍼든버그 검시관은 "엄청난 일을 겪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센터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지원센터는 24시간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출입문 쪽으로 다가서자 득달같이 길을 막아선 라스베이거스 메트로폴리탄 경찰서의 E.머로이스 경관은 "사상자 가족이라는 신원 증명이 없으면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카메라를 든 취재진은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해 경찰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대목이라고 한다.





센터에서 나온 중년의 여성 자원봉사자는 "내부는 너무 조용하다. 다들 숨죽인 채 검시소와 메디컬센터에서 오는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아이, 애완견이 센터 앞을 지나갔지만 취재진을 향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가 애완견과 장난치며 정신없이 구는데도 선글라스를 쓴 백인 여성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고개를 푹 떨군 채로 지나갔다.

머로이즈 경관은 "여기 근무자들도 피해자 가족들과 접촉할 때는 매우 조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미국 방송사 취재진은 가족지원센터 앞에서 ENG 카메라로 가족들 모습을 촬영하려다 경찰의 저지를 받고 주차장 펜스 너머로 밀려났다.






참극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만델레이 베이 호텔 앞은 사건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후에도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방송 중계 차량으로 북적거렸다.

경찰은 전날보다 통제선을 한 블록 뒤로 물려 패덕이 총을 쏜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객실을 좀 더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게끔 허용했다.

현장에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콘서트장과 만델레이 베이 호텔 사이의 사우스 라스베이거스 블러바드를 돌아다니며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FBI 사인이 있는 티셔츠를 입은 여성 요원은 도로에 쏟아진 총탄 같은 증거물을 수거하느라 바빴다.







만델레이 베이 호텔 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부산해진 분위기였다.

호텔 앞까지 진입한 택시기사 멜리스 웰리스보치 씨는 "대통령이 처음 이곳을 방문한다는 데 솔직히 반갑지는 않다"면서 "그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여기 관광객이나 우리 같은 택시기사들이 좀 더 안전하게 관광도 하고, 생활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우선 아니냐. 총기 규제 같은 게 특히 그렇다"고 꼬집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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