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언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입력 2017-10-10 15:00   수정 2017-10-10 16:02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언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日언론 "수상자 발언 정치적 이용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나면 권위가 크게 오르고, 발언 영향력은 커진다. 그런데 수상자 발언을 과도하게 존중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위험하기도 하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리처드 H.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선정된 뒤 '노벨경제학상의 권위, 정치이용의 위험성'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경제학 발전에 공헌한 학자들의 이론이나 주장에 귀 기울일 가치는 크지만 수상자가 만능이 아니고, 경제나 경제학에 관한 발언들도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견해라고는 할 수 없다.

실례로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가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가 디플레 탈출 처방전으로 제창한 '물가수준의 재정이론'(FTPL)이 주목받았다.




이론은 '제로금리 아래 금융정책이 유효하지 않으면 추가 재정정책이 대신할 수 있다. 추가 재정지출은 증세나 세출삭감이 아니고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세수증가를 재원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심스 교수의 이같은 이론을 하마다 고이치 일본 내각 관방참여가 높게 평가하면서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하마다는 저금리정책이 디플레이션 탈출의 처방전이라며 '아베노믹스'의 기둥인 리플레(디플레이션은 벗어났으나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정책을 추진한 핵심인사다.

하마다가 심스의 이론을 평가하자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관심과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심스의 이론이 일본에 적용할 수 있느냐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심스의 이론은 계량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응용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벨상 수상의 이유는 아니고 일본의 실정을 근거로 한 이론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 '심스 붐'은 조용히 식었다.

그런데 일본에는 "노벨상 수상 학자의 발언은 옳다"는 환상을 가진 일본인이 다수 있다. 그래서 수상자의 권위가 상황에 유리하게 이용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

'노벨경제학상'이라는 편저가 있는 교토대학 네이 마사히로 교수는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도 정치적 입장이 있어도 당연하고, 신념에 충실하면 되지만 관찰자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본에서는 2016년 3월 아베 총리가 주최한 '국제금용경제분석회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일본 경제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이 제기된 사례다.

회의에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학 교수가 초청돼 의견을 들었다.

당시 스티글리츠·크루그먼 교수는 일본의 소비세(부가세)를 8%에서 10%로 올리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 증세에 신중하던 아베 총리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스티글리츠는 '정보비대칭성 이론', 크루그먼은 '무역패턴과 경제활동의 입지에 관한 분석'으로 노벨상을 받은 거시경제전문가이지만 일본 소비세증세 시점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지가 논란이었다.

그런데 회의에서 조겐슨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 부담을 투자에서 소비로 옮기는 개혁이 필요하다. 소비세증세는 중요한 수단이다"고 발언했지만 묵살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결국 작년 6월 아베 총리는 소비세 증세를 재연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많은 일본의 경제학자를 낙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 등과 친분이 있는 미국 뉴욕대 사토 류조 명예교수는 "학자의 본분은 연구와 논문 집필에 있다.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성을 자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토 교수는 그러면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의 발언을 듣는 사람들도 학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의 의도와 발언자의 진의를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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