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우승 이끈 토종 듀오…FA 이적 후 다른 유니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희진(26·IBK기업은행)과 박정아(24·한국도로공사)가 마주 보며 씩 웃었다.
수다가 이어졌고, 웃음도 쏟아졌다. 지난 시즌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둘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기업은행을 신흥 강호에서 명문으로 끌어 올린 '토종 듀오' 김희진과 박정아는 11일 서울시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팀 대표 선수'로 만났다.
둘이 다른 유니폼을 입은 건, 2010년 11월 이후 7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창단과 동시에 2010년 11월 여자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해 서울중앙여고와 남성여고에 대한 지명권을 받으면서 당시 고교 최대어 김희진(중앙여고)과 박정아(남성여고)를 모두 영입했다.
2011-2012시즌부터 V리그 무대에 뛰어든 기업은행은 두 거물급 선수를 앞세워 신흥명문으로 올라섰고 총 3차례 우승(2012-2013, 2014-2015, 2016-2017)을 차지했다.
시간이 지나, 둘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었다.
김희진은 연봉 3억원에 기업은행에 잔류했지만, 박정아는 연봉 2억5천만원의 조건에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김희진을 보유한 '디펜딩챔피언' 기업은행은 2017-2018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박정아 영입으로 공격력과 높이를 동시에 끌어 올린 도로공사는 기업은행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꼽힌다.
타 팀 사령탑들이 "김희진과 박정아가 한 팀에서 뛰는 건, 반칙"이라는 푸념까지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한 토종 듀오가 이젠 라이벌로 만난다.
김희진은 "정아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기업은행 창단 때부터 함께 뛴 동료 이상의 감정이 있는 선수다"라며 "아직 다른 팀에서 뛴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팀에서도 사랑받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박정아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정아도 "희진 언니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며 "희진 언니는 이번 시즌에도 기업은행을 위해 멋진 활약을 할 것"이라고 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서는 순간, 둘은 '현실'을 더 실감할 터다.
14일 개막하는 V리그에서 기업은행과 도로공사는 10월 22일 김천체육관에서 시즌 첫 맞대결 한다.
김희진은 "정아가 반대 코트에 있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소속팀, 대표팀에서 늘 같은 유니폼만 입고 있어서 맞대결을 하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정아는 "희진 언니는 내 모습만 어색하겠지만, 나는 같은 팀이었던 동료들, 이정철 감독님을 반대편에서 봐야 한다. 여러 번 웃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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