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주요 우파 정당 지지 표명 vs 오성운동·좌파 MDP "민주주의 타격" 항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늦어도 내년 5월까지 총선을 치를 예정인 이탈리아가 총선의 선결 조건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 하원 표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이 법안의 찬반 투표를 내각의 신임 투표와 연계하며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이탈리아 하원은 내각 신임투표와 연계된 일명 '로사텔룸'으로 불리는 새로운 선거법에 대해 11일 표결을 시작했다.
발의자인 집권 민주당(PD) 소속 하원 원내총무인 에토레 로사토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전체 의원의 36%는 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를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로 뽑고, 나머지 64%는 정당별 득표율로 할당하는 비례대표제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과는 달리 선거를 치르기 전에 각 정당끼리의 연합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하원과 상원을 선출하는 선거법이 서로 달라 지금의 시스템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하원과 상원의 다수당이 달라져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정치권은 양원의 선거법을 통일하는 법 개정에 매달려왔다.
집권 민주당이 주도한 이 선거법은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우파 소수정당 국민대안(AP),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북부동맹(NL) 등 이탈리아 4대 정당 가운데 3개를 포함한 주요 정당 대부분의 지지를 확보함에 따라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3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 하원 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정부는 개정안의 각 조항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거치지 않은 채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 위한 방편에서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와 법안찬반 투표를 연계하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가 부결되면 내각은 해산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과 올 초 민주당 탈당파 정치인들이 구성한 소수 좌파 정당 민주혁신당(MDP), 우파 연합의 한 축인 극우성향의 이탈리아형제당(FDI) 등은 이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투표 첫날 거리로 나섰다.
특히, 오성운동은 총선 전 정당들의 연대를 허용한 '로사텔룸'이 오성운동에 불리하게끔 고안된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이날 첫 투표를 집단적으로 거부한 채 지지자 2천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기성 정당의 부패와 불투명을 싸잡아 비판하며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는 없다고 거듭 천명해온 터라 '로사텔룸'이 통과되면 집권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40%를 확보하면 과반 하원 의석을 보장하는 현행 선거법 '이탈리쿰'이 폐기되고 '로사텔룸'이 채택될 경우 오성운동이 손해보는 의석이 50석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오성운동의 차기 총리 후보이자 신임 대표로 선출된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의장은 새로운 선거법안을 '사기'라고 부르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철야 농성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릴로 전 대표는 "선거법이 바뀐다면 이탈리아 정계의 찌꺼기들이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MDP 소속의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는 로마의 대표적 명소인 판테온 앞에서 연좌 시위를 하며 "민주당은 용인할 수 없는 법안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임 대통령을 지낸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종신 상원 의원 역시 "정부가 이 법안을 신임투표와 연계한 것은 의원들에게 큰 제약을 가한 것"이라고 말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로사텔룸'에 대한 하원의 1차 투표는 오성운동의 불참 속에 찬성 309표, 반대 90표, 기권 9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신임투표와 연계된 하원의 2차, 3차 투표를 예상대로 통과하더라도 주 후반께로 예정된 마지막 비밀 투표에서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만 상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원의 최종 비밀 투표에서 당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권 민주당 등에서 반란표가 대거 나와 법안이 폐기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어 투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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