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6일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1명 공석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조속히 후임자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했다. 헌재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재판관 8명 전원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 동안 재판관 회의를 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헌재소장 및 재판관 공석(1명) 사태의 장기화로 인하여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재판관들은) 조속히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헌재소장과 재판관 1명의 임명을 촉구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가운데 국회의 동의를 거쳐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국회는 지난달 11일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또 지난 8월 8일 대통령 몫인 재판관 후보로 민변 출신의 이유정 변호사를 지명했지만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9월 초 자진 사퇴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새 헌재소장과 재판관을 지명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정미 전 재판관 퇴임 직후인 지난 3월 14일부터 김이수 재판관이 맡고 있다.
헌재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은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김 재판관의 임기 만료일인 내년 9월 19일까지 끌고 가려던 청와대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면서 새 헌재소장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청와대는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예정이며, 9인 체제가 구축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할 것"이라면서 "국회가 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저희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공석인 재판관 후보자 1명은 검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지명하되,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은, 헌재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할지, 재판관의 잔여 임기로 할지에 대한 국회의 입법작업이 선행돼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일단 공석인 재판관 후보자는 조만간 지명하되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문제는 국민 여론과 헌재소장 임기 문제와 관련한 국회의 입법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헌재소장 대행체제는 가능한 한 조속히 끝내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국회, 행정부, 법원과 함께 권력분립의 한 축을 이루는 헌법재판소 소장을 장기간 권한대행체제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재판관 전원이 공식적으로 '조속한 임명'을 촉구한 만큼 이 문제를 신속히 매듭지어 논란을 차단했으면 한다.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국회의 보완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지면 좋지만 그 전이라도 새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그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함께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조규광, 김용준, 윤영철,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도 재판관이 되면서 헌재소장 역할을 동시에 맡은 전례가 있다.
아울러 국회는 헌재소장 임기 문제에 대한 입법적 미비점을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현행 헌법과 헌재법에는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을 뿐,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현직 재판관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될 경우 임기로 6년으로 할지, 잔여 임기로 할지를 두고 논란이 되풀이된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헌재에 대한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법사위의 헌재 국감은 지난 13일 야당 의원들이 김이수 대행체제를 문제 삼는 바람에 1시간 30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하지만 국감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을 상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으로서의 국회 인준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임기가 보장된 재판관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만큼 국정감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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