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운전중 통화·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급증

입력 2017-10-18 15:07  

美 운전중 통화·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급증

수십년 감소 추세가 지난 2년간 급증 추세로 반전…"휴대전화가 미국민을 죽이고 있다"

음주운전 수준 위험에도 운전자, 교통당국, 입법자 인식 부족…"나쁜 일" 인식 정착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해 한 미국 매체가 "스마트폰이 국민을 죽이고 있으나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는 제목으로 강하게 경고했다.




블룸버그닷컴은 17일(현지시간) 수십 년간 감소 추세이던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 2년간 14.14% 급증 추세로 반전했다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주의 태만이 큰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운전자도, 교통 당국도, 입법자들도 음주·마약 운전 못지 않은 전화 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운전 거리, 과속, 음주 운전 등의 교통사고 요인에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해도 사망자의 급증 현상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우선, 휴대전화 보유율이 2014년 75%에서 2016년 81%로 는 데 따른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의 증가 요인이 있다. 또 휴대 전화로 통화만 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문자를 보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는 게 일상사가 됐다. 당연히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의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사망자 증가분의 대부분을 자전거와 오토바이 운전자와 보행자가 차지하는 것도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케 한다. 차량 운전자 시선이 휴대전화에 가 있으면 도로에 눈을 두고 있을 때보다 자전거, 오토바이, 보행자를 놓치기 쉽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5천987명으로 2014년보다 1천100명이나 급증했다.

교통 당국 관계자들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받거나 거는 행동의 위험성을 알지만, 그 위험의 심각성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하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통계를 제대로 수집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작용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2015년 통계에선 휴대전화 사용관련 사망자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의 1.4%인 448건에 불과하다. 이 통계로만 보면 음주 운전이 전화 운전보다 23배나 치명적이지만,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화 운전의 치명도도 음주 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08년 운전 중 통화하느라 정지 신호등을 보지 못한 20대 운전자에게 어머니를 잃은 뒤 전화 운전을 강력 단속하는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니퍼 스미스의 설명은 전화 운전의 심각한 위험이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사고 운전자는 전화 운전 사실을 현장에서 인정하고 그 후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그렇게 진술했으나 정작 사고조사 문서엔 주의태만이나 휴대전화 사용 탓으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전국안전협회(NSC)의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이 원인으로 알려진 교통사고 사망의 절반 정도만 그렇게 기록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사들에 상업용 운송수단의 안전 위험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젠드라이브가 3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88%에 이른다. 운전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엔 거치대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경우는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치대를 활용해 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의력 분산이라는 점에선 위험스럽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NHTSA의 전화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통계가 부실한 이유는 교통사고 조사 일선에서 기록 양식이 제 각각인 데 있다. 11개 주에서만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태만이 원인 항목의 하나로 분류돼 있고 27개 주에선 포괄적인 주의태만 항목만 있다.

블룸버그는 경찰이 교통사고를 조사할 때 여전히 음주나 마약 복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한 사회의 기술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휴대전화 사용이 교통사고 원인임을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검찰 역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입증하기 위해선 통화기록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음주나 마약 또는 기타 위법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경찰로부터 받으면 굳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태만 혐의를 추가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교통안전 시민단체들이 강력한 금지·단속 입법의 청원 운동을 벌여도 '정부가 시민 생활에 너무 간섭하게 된다'거나 "우리 모두가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등의 벽에 부닥치고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음주 운전만큼 나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입법 의원들과 사고 조사관, 검찰 등이 전화 운전 대책을 중시하게 될 것인데, 이들이 이 문제를 중시하지 않으면 그런 인식이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도로교통안전 기구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칵테일 파티에서 `어제 고주망태가 돼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하겠지만 운전하면서 전화했다고 말하면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게 문제"라면서 이런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전화 운전 문제의 해법은 자율운전차량 기술의 발전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어머니를 잃은 제니퍼 스미스는 전화 운전으로 인한 사망을 "사고(accident)"라고 부르는 것도 거부한다. 사고라면 우연한 일이고 운전자의 책임은 없다는 뜻이 포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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