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외화벌이' 들통…파키스탄 경찰에 양주 450상자 털려

입력 2017-10-23 16:24  

北외교관 '외화벌이' 들통…파키스탄 경찰에 양주 450상자 털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이 자신의 집에 수천만원 상당의 고급 주류 400여 상자와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를 보관하다 현지 경찰관에게 한꺼번에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와중에 북한 외교관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불법 주류 판매 등 외화벌이에 나섰고 이를 간파한 현지 경찰관이 북한대사관 측에서 문제삼지 못할 것으로 보고 훔쳐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파키스탄 외교가와 현지 일간 파키스탄투데이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현기영 1등서기관은 "중국 베이징에 출장 갔다가 지난 3일 돌아왔더니 집 잠금장치가 부서져 있고 안에 있던 달러 등 현금과 다이아몬드, 금, 랩톱 컴퓨터, 공식적으로 수입한 와인·위스키 등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CCTV를 확인했더니 2일 정오께 경찰관 제복을 입은 이들이 현 서기관의 집에서 물품을 꺼내 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실제 파키스탄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말리크 아시프 경사 등 3명으로 현 서기관의 집에 들어가 3천 달러(340만원)와 다이아몬드 2개, 랩톱 컴퓨터, TV 등과 함께 와인 201상자, 맥주 60상자, 위스키 100상자, 테킬라 9상자 등 수입 주류 450상자를 훔쳐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주류판매가 금지된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에서는 면세점에서 보통 35달러 정도인 조니워커 블랙 양주 1병이 암시장에서 70달러로, 면세가 20달러 정도인 하이네켄 맥주 1박스가 150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도난품의 실질 가액은 수천만원을 넘는다.

경찰은 아시프 경사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입건하고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현재까지 술 2천 병을 아시프 경사의 집 등에서 회수했다.

아직 현 서기관이 이처럼 많은 술을 집에 보관하게 된 경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종전에도 파키스탄에서 대사관 행사용 등 외교관 수입 쿼터를 이용해 술을 반입한 뒤 불법으로 현지인들에게 판매하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13년 4월과 2015년 5월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으로부터 양주와 맥주를 몰래 들여와 판매하다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북한대사관이 UAE 샤르자로부터 반입한 컨테이너에 대사관 구매 한도의 2배 가까이 되는 주류가 실려있어 통관이 보류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절도 사건이 북한 대사관의 주류 밀수 수사로까지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도난당한 주류 양이 현 서기관 1인에게 연간 수입 허용된 양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사관 다른 직원들이 구매한 주류를 함께 보관했다거나 몇 년 치 수입 물량을 계속 보관했다는 등으로 해명할 경우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상 외교관의 면책특권 때문에 파키스탄 경찰이 그 진위를 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파키스탄 경찰도 소속 경찰관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 수사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현지 경찰은 연루된 경찰관 3명 모두를 최근까지 체포하지 않았으며 이들은 결국 사전 보석허가를 받았다. 또 이들 경찰로부터 장물을 사들인 주류 밀매조직 '말리크 브라더스' 조직원도 보석 상태로 구속을 면했다고 파키스탄투데이는 전했다.

익명의 한 현지 경찰관은 "말리크 브라더스는 정치권과 경찰, 내무부, 사법부, 언론 등에 공짜 술을 제공하는 식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면서 "이 조직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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