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가짜소총 휘두른 체코대통령…동유럽 언론압박 심각

입력 2017-10-24 11:42  

기자회견서 가짜소총 휘두른 체코대통령…동유럽 언론압박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체코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모의 자동권총을 휘둘러 기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동부 및 중부 유럽 각국에서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체코 선거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극도의 반감을 표출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제만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대(對)언론 혐오주의자로 통한다.

두 인물 모두 러시아와 관계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이민자들을 내쫓는 방안을 모색했고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가 기자회견 도중 꺼내 든 모의 자동소총에는 '기자들을 향해' 또는 "기자들에게"라고 번역될 만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제만 대통령은 이 자동소총을 체코 서부지역을 방문하던 중 선물로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웃으면서 "이 글귀를 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그의 이런 행동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그날 기자회견은 고위 정치인들을 겨냥한 부패 폭로에 앞장서다 희생된 지중해 섬나라 몰타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가 차 사고로 숨진 지 며칠 뒤에 진행됐다.

자신 스스로 언론 자유를 제한할 권한은 갖고 있지 않지만, 지난주 치러진 체코 선거에서 그의 입지가 강화돼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그의 오랜 동지인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긍정당 대표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체코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상황이다.




바비스는 미디어 제국을 만들어 체코에서 두번째 부자로 부상했다.

체코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총리가 될 경우 독립적인 언론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폴란드·체코 등 유럽 각국에서는 기자들이 경제적·정치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법정의당이 공영방송 앵커를 정부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최근들어 언론 장악을 강화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폴란드 의회 출입기자들의 수를 제한하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폴란드는 증가하는 언론의 자기검열과 자유로운 발언 제한, 공영 언론에 대한 정부 개입 등으로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언론 자유 평가에서 '언론이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나라'에 머물고 있다.

체코는 프리덤하우스나 '국경없는기자회'(RSF)로부터 아직까지는 언론이 자유로운 나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다.

다만 정치인들이 언론을 상대로 공격적인 언사를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을 프리덤하우스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주 제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언론과 체코 정부의 관계가 새로운 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던 2002년 언론을 '정화조'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체코 기자들은 멍청한 창조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기자들을 "청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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