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역사는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바라볼 수 있다.
신간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이야기가있는집 펴냄)는 다양한 관점 중 '어리석음'(stupidity)이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저자 제임스 F. 웰스는 역사가 인간 어리석음의 기록이라고 주장하며 서양의 지성이 무지나 어리석음에 맞서 진보해 왔다는 견해를 뒤집는다.
어리석음을 낳는 것은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인지적 틀을 일컫는 '스키마'(schema)다. 인간은 스키마를 통해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데 저자는 좋은 스키마를 쓸데없이 변형시켜 파괴하거나 자신이 해를 입으면서까지 나쁜 스키마를 고집하는 것을 '어리석음'으로 규정한다.
스키마는 준거집단의 가치에 따라 형성되는 만큼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칙이나 언어에 맞서는 객관적인 비판을 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어리석음이 생겨나고 이는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해로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매달리게 되는 원인으로 제시된다.
책은 이런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산업화 시대까지 역사 속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지적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는 '그리스적 사고의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모든 것을 이상화하는 과정에서 순수를 위해 삶의 다양성을 희생시켰고 단순한 합리적 체계를 선호한 나머지 복잡한 인간적 상황을 무시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그리스인들이 빠져있던 추상 세계 속의 완벽한 형상과 이론적 질서라는 이상은 그리스인들이 현실의 변화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됐고 철학자들은 현실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 그 결과 그리스는 끊임없이 변하던 당시의 세계와 동떨어지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로마와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반복되는 어리석음의 사례를 지적한 뒤 미래의 파국을 막기 위해 어리석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거와 달리 오늘날 어리석음에 대한 비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을 연구함으로써 미래에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원서는 1990년 출간됐으며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다. 박수철 옮김. 64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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