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고위인사 '이목지신' 인용에 노영민 대사 '제구포신' 응수

입력 2017-10-25 15:42   수정 2017-10-25 15:52

中고위인사 '이목지신' 인용에 노영민 대사 '제구포신' 응수

盧대사, 신임장 수여식서 한중관계 놓고 '고사성어' 주고받은 일화 소개

中, 사드 놓고 '한국이 신뢰 어겨' 우회 지적…盧대사 '옛 것 버리고 새롭게 가자'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가 최근 한·중관계를 놓고 중국 고위인사와 '고사성어'를 주고 받은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 인사는 최근 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한 책임이 '신뢰'를 지키지 않은 한국 측에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등장하는 이목지신은 문자 그대로는 '나무 기둥을 옮겨 신뢰를 얻는다'는 뜻이지만, 위정자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쓴다.






전국시대 진나라 재상이었던 상앙이 나무기둥을 남문에서 북문으로 옮긴 자에게 약속대로 포상금 금 50냥을 줘 백성들이 국가의 법을 믿고 따르도록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국가가 하는 말에는 반드시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이 사드 문제 등 한·중관계 현안에 있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었고, 이것이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식으로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사는 중국 측 인사가 누구인지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교분야의 고위 인사로 추정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7월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결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한국 측의 행위가 상호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비난한 바 있다. 같은 해 6월말 황교안 국무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가 국방부가 열흘 뒤에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을 문제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역사와 고사성어에 밝은 노 대사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는 말로 응수했다. 옛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의미로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역사서인 춘추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대부 신수가 겨울 하늘에 나타난 혜성을 보고 낡은 것을 저지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내는 징조로 해석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징조로 여겨졌던 혜성을 변혁의 징조로 여긴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노 대사는 이 성어를 인용해 한·중 관계를 새로운 사고와 태도로 풀어나가자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주중 대사로 부임한 노 대사는 이날 신임장 수여식에서 "처음 중국에 부임하였을 때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그간 강행군을 하며 많은 정부 및 학계 인사들을 만났는데 입장이 바뀐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사는 그러면서 "한·중 관계 발전에 화룡점정을 찍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한·중 양국이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뜻을 중국 측에 전했다"고 강조했다.

노 대사는 2012년 18대 대선 때 후보 비서실장, 19대 대선 때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중국사와 한시(漢詩)에 능하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중국내 인적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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