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최민식 "흥행은 허상 같은 것…미치는 맛에 연기합니다"

입력 2017-10-26 16:12   수정 2017-10-26 18:44

'침묵' 최민식 "흥행은 허상 같은 것…미치는 맛에 연기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민식(55)은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배우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침묵'에서도 무게중심은 그에게로 쏠린다. 최민식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이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 총수 임태산을 연기했다.

'돈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속물근성에 '입만 열만 거짓말'일 정도로 위선과 뒤틀린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더께를 한 꺼풀 걷어내면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뒤늦게 찾아온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를 간직한 중년 남성이 나온다. 변화무쌍한 모습 때문에 그의 진심은 막판까지 짐작하기 어렵다.

26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최민식은 영화 속 모습처럼 다양했다. 헝클어진 흰머리, 얼굴에 깊게 팬 주름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지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신이 난 아이처럼 유쾌하고 장난기가 넘쳤다.

'침묵'은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이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했다면, '침묵'은 주인공 임태산의 감정에 보다 힘을 싣는다. 그는 "원작처럼 엎치락뒤치락하며 진범을 찾아가는 영화적 재미에 방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부성애와 느지막이 찾아온 진짜 사랑을 잃어버린 임태산의 감정에 힘을 싣느냐 고민한 끝에 후자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결국 (잃어버린 것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면서 "돈만 알던 사람이 돈이 허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데, 그런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이하늬(34)와 멜로 연기를 펼쳤다.

"처음에는 이하늬라는 배우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어요. 과연 (저와의 멜로 연기가) 괜찮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죠. 하지만 이하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세상과 사람,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배우였죠.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 등을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해줘 놀랐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수경, 박신혜, 류준열 등 젊은 후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저는 그 친구들이 파도를 만들어주면 그 파도를 타고 다니면 됐죠. 한 친구도 삐거덕거리지 않고 잘해냈습니다."

'쉬리'(1998) '올드보이'(2003)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1) '명량'(2014) 등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이지만, 요즘 젊은 후배들이 부럽다고 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몇 차례 NG만 내도 목숨을 내놔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습니다. 외적 환경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항상 경직됐고, 촬영하고 나서 집에 오면 후회했죠. 그러나 요즘 후배들은 자기표현이 대담하고 솔직합니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속된 말로 '쫄지'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예전에 저러지 못했는데…'하는 부러움이 생기죠."

최민식을 '침묵'으로 이끈 것은 옛 전우들이다. 정지우 감독과는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의 제작사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올드보이'때 프로듀서로 최민식과 친분을 쌓았다.

"오랜만에 옛 동지들을 만나니까 짠한 마음이 들었죠. 18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이렇게 다시 만나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이 바로 영화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최민식은 영화 제목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침묵이라는 단어는 상투적이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황하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느낌, 심연과 고요함 안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우리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우려는 있었어요. 제목처럼 관객들의 반응도 '침묵'할까 봐. 예전에 '쉬리'를 찍을 때는 강제규 감독과 이 영화 찍고 나서 계속 '쉬게' 될까 봐 걱정했죠. 하하"

오랜 세월 에너지를 잃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그만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최민식은 "제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에 측은함과 연민을 느낀다"면서 "아무리 나쁜 캐릭터라도 세상에 저런 사람들도 있지 않나 하는 측은지심, 그런 마음이 바로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흥행 성적은 그에게도 늘 부담이다. '대호'나 '특별시민' 등 최근작들은 흥행에서 쓴맛을 봤다.

"흥행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명량' 같은 작품이야 이순신 장군님 덕분에 호사를 누렸지만,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관객의 취향은 가변적이고 흥행은 일종의 뜬구름같은 겁니다. 흥행을 목표로 하는 것은 허상을 좇는 것과 같죠. 제 소신은 철저히 이기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 만족하고 끌리는 이야기를 해야죠. 제가 작품에 미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이 미치는 맛에 영화를 합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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