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102타 쳤던 신의경 "내일도 해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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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28 14:47  

여자골프 102타 쳤던 신의경 "내일도 해는 뜬다"

여자골프 102타 쳤던 신의경 "내일도 해는 뜬다"

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2R 5언더파…상위권 입상 기대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이른바 '88타 룰'이 있다.

18홀에서 88타 이상을 친 선수는 다음 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대회의 빠른 진행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도입했다.

신인 신의경(20)은 올해 KLPGA투어에서 '88타 룰'에 걸려 다음 라운드 진출을 못 한 유일한 선수다.

지난 5월 E1 채리티오픈 1라운드에서 90타를 쳐 2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신의경이 88타 이상 스코어를 낸 것은 그때뿐이 아니다.

E1 채리티오픈에 앞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에서는 30오버파 102타를 쳤다. 6월 롯데 칸타타여자오픈 2라운드에서도 88타를 적어냈다.

80타 이상 스코어를 낸 게 무려 10차례에 이른다.

시즌 개막전부터 1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13차례 컷 탈락과 한차례 기권으로 상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신의경은 28일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K 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때려냈다.

전날 2언더파에 이어 이틀 연속 언더파 행진을 벌이며 리더보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컷 통과는 물론이고 상위권 입상도 기대하게 됐다.

지난달 KLPGA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69타를 친 뒤 시즌 들어 두 번째 60대 타수를 기록한 신의경은 마치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표정이었다.

KLPGA챔피언십에서 신의경은 처음 컷 통과에 성공했고 상금 516만원을 받았다.

이후 팬텀클래식 17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5위 등 두번 상금을 챙긴 신의경은 이제야 프로 선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신의경은 "창피한 건 둘째치고 골프를 계속해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며 아마추어 주말 골퍼보다 못하다는 눈총을 견뎌야 했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신의경이 이런 형편없는 스코어를 양산한 이유는 드라이버 입스였다.

주니어 시절 전국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고 지난해 준회원 선발전, 정회원 선발전, 그리고 시드전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해 대망의 KLPGA투어에 입성한 신의경은 첫 대회 첫 티샷부터 드라이버가 고장 났다.

드라이버샷은 대책 없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홀마다, 대회마다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

신의경은 "거의 대부분 홀에서 잠정구를 서너 번 치면서 경기를 했다. 한번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잠정구만 10번 넘게 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입스는 이유도, 원인도,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없어서 무섭다. 신의경도 잘 맞던 드라이버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신의경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드라이버를 놓지 않았다.

"연습장에서도 드라이버만 죽자고 쳤다.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윤흥렬(68) 전 스포츠서울 사장의 도움을 받았다. 윤 전 사장은 딸 윤소원(40) 용인대 교수를 KLPGA투어 프로 선수로 길러낸 실력파다.

윤 전 사장은 "기술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가 겹쳤다"고 말했다.

여름이 지나면서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이버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경우가 확 줄어들면서 80대 스코어는 사라졌다.

신의경은 "드라이버가 엉망일 때도 신기하게 아이언샷과 퍼트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웃었다.

신의경은 이번이 시즌 마지막 대회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ADT 캡스 챔피언십 등 두번 더 대회가 남았지만 상금순위(109위)가 워낙 낮아서 출전권이 없다.

남은 대회에서 출전하려면 이번 대회 우승밖에 길이 없다.

내년 시드 상실도 거의 확정적이다. 이 대회 우승이 아니며 다시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 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다.

신의경은 "최종 라운드에서 죽기 살기로 쳐야 할까 보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신의경은 막다른 골목이라는 절망보다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에 더 무게를 뒀다.

"내년을 기약하겠다"는 신의경은 "올해 1년 동안 큰 시련을 겪었지만 그걸 이렇게나마 극복해낸 내가 대견하다. 내일도 해가 뜨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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