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난 윤동주…12년 노력끝 기념비 건립 이끈 일본 주부

입력 2017-10-28 19:57  

운명처럼 만난 윤동주…12년 노력끝 기념비 건립 이끈 일본 주부

곤타니 노부히코 씨 등 日시민들, 윤동주 기념비 건립 '결실'

(쿄토=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교토(京都)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를 들어가야 나오는 우지(宇治)시의 우지천(川). 우지천 인근에 사는 '평범한 주부'인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69) 씨는 2001년 한 시(詩) 낭독회에서 윤동주의 사진을 본 것을 계기로 운명이 바뀌었다.

사진 속의 윤동주는 곤타니씨가 자주 찾는 다리 아마가세쓰리바시에서 급우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1943년 윤 시인은 도시샤 대학 급우들과 함께 자신의 송별회를 한 뒤 이 사진을 찍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윤 시인에 관심을 두게 된 곤타니 씨는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윤 시인의 기념비를 이 지역에 건립하기로 하고 2005년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이하 위원회)라는 단체 건립을 주도했다. 아직 50대 시절로, 그는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곤타니 씨는 일흔을 앞둔 나이가 돼서야 기념비 건립의 꿈을 이뤘다. 우지시에서의 윤동주의 삶을 증거로 남기겠다는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28일 우지시에서 열린 기념비의 제막식 자리에서 만난 곤타니 씨는 윤 시인과의 인연이 결국 기념비를 만들게 했다고 말했다.

곤타니 씨는 "윤 시인이 교토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본 풍경과 내가 항상 보고 있는 풍경이 같다는 데에서 운명적인 '연결'을 느꼈다"며 "매해 윤동주가 사진 촬영을 한 다리에 가서 강물에 꽃을 던지며 시인을 생각하다가 그 '연결'의 의미를 남기기 위해 기념비 건립 추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념비를 건립하는 데 12년이나 걸린 것은 애초에 설치를 계획했던 장소의 소유자인 교토부(府)가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 1장으로는 기념비를 세울 자리를 내주지 못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교토부를 설득하기 위해 곤타니 씨,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주민들은 직접 사료를 찾고 발품을 팔아 윤 시인과 우지시의 인연을 잇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럴수록 윤 시인과의 '연결'은 더 강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윤 시인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결문을 찾아 공개하는 쾌거를 이뤘고, 윤 시인이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비슷한 시기에 체포돼 감옥에서 숨진 송몽규 관련 기록도 찾았다.

위원회는 교토부·우지시와 면접을 30여 차례나 하고 기념비를 설치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시민 1만6천여 명에게서 받기도 했다. 모금활동을 벌여 900여 명으로부터 550만 엔(약 5천543만 원)을 모아 기념비도 일찌감치 만들어 놨다.






하지만 계속 퇴짜를 맞았고, 그러는 사이 10년 넘는 세월이 지난 뒤에야 시즈가와(志津川)구의 협조로 장소를 구해 기념비 건립이 결실을 봤다.

위원회에는 대표를 맡은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 리쓰메이칸(立命館)대 특명교수 같은 저명인사도 있지만, 곤타니 씨를 비롯한 멤버 대부분은 '그냥 일반인'이다.

회사원이나 주부 등은 시간을 쪼개 조사와 모금활동을 벌였고 관공서의 문을 두드리며 기념비 건립 활동을 계속했다.

이들이 기념비 건립에 힘을 쏟게 한 동력은 윤 시인의 시가 좋아서, 그의 사상에 감명을 받아서, 비극적인 삶이 안타까워서 등 다양했지만, 기념비 건립 노력을 하는 사이 윤 시인에 대한 애정은 더 커졌다.

곤타니 씨는 "기념비 건립까지 걸린 시간이 길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덕분에 윤 시인의 흔적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시 낭독회를 함께 열고 윤 시인의 삶을 담은 연극을 공연하기도 하면서 시인에 대해, 시인과의 인연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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