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장윤규 "비싼 재료 안 써도 공간이 다르면 감동"

입력 2017-10-31 07:00   수정 2017-10-31 08:47

건축가 장윤규 "비싼 재료 안 써도 공간이 다르면 감동"

문화공간 '한내 지혜의 숲'으로 올해 건축상 휩쓸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8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내 지혜의 숲'에 들어서자 나무계단에 앉거나 누워 책을 보는 맨발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계단과 연결된 창은 높은 하늘과 고운 단풍으로 가득 찼다. 8살 아들과 온 주민 박영미(43) 씨는 "아이들이 크게 떠들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엄마들이 편하게 차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말했다.

'한내 지혜의 숲'은 올봄 중랑천변 한내 공원에 들어선 문화공간이다. 중랑천과 아파트단지 사이 '섬'과도 같았던 이곳은 버려진 분수대 때문에 더 을씨년스러웠다. 분수대를 허문 자리에 생긴 어린이도서관을 비롯한 문화공간은 반년 만에 마을 풍경을 바꿔놓았다. 내부 도서관과 카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유치원이나 방과후 수업 공간으로 변신할 때도 많다. 주말에는 건물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한내 지혜의 숲'으로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거리마당상(문체부장관상) 등 상을 휩쓰는 건축사무소 '운생동'의 장윤규(53) 공동대표를 이날 현장에서 만났다. 건축물개방축제인 '오픈하우스서울' 참가자들도 이날 함께했다.






"이곳이 아이들이 자의식을 갖고 세상과 처음 만나는 장소일 수 있잖아요. 복도와 방으로 나뉜 공간이 아니길 바랐어요. 그래서 미로 같은, 막힘이 없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100평 남짓한 공간이 서로 막힌 듯하다가도, 이어지는 까닭은 그 덕분이다. 이날 장 대표를 따라 공간을 돌아보다 원래 위치로 돌아온 순간, 술래잡기하는 느낌을 받았다.

외관은 회색, 내부는 흰색인 '한내 지혜의 숲'은 어린이 공간은 무조건 알록달록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부쉈다. 학부모 박씨도 "처음에는 엄마들이 회색에 일 층이라 생뚱맞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자신도 8살 아들을 둔 장 대표는 이에 "우리가 건축을 너무 확정적으로 짓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공간이 바뀌면 아이들 생각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런저런 자랑거리가 많은 이곳을 가장 독특하게 만드는 지점은 작은 산이 겹친 듯한 구조다. 책장을 확장해 벽과 기둥이 되고 지붕이 되도록 한 설계 덕분이다.

"보통 건축을 한다고 하면 공간을 다 지은 다음에 가구를 갖다 놓잖아요. 이번에는 빈 마당에 책꽂이를 놓은 뒤 그 책꽂이가 올라가면서 저절로 공간이 생기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장 대표는 이를 "안으로부터의 건축"이라고 칭했다.

장 대표와 '운생동'은 2008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선 금호 복합문화공간 '크링'으로 유명하다. 두드러진 조형성으로 지나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거대한 작품이다.

"'운생동' 설립 후 10년 정도는 사무실 이름을 바짝 끌어올리기 위해 멋있는 건축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이제 형태보다 내부 공간과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가 건축의 본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구와 건축이 하나 됨을 꾀하는 '한내 지혜의 숲'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한내 지혜의 숲' 반향에 힘입어 '운생동'은 노원구 내 노인정 등 다른 3개의 작은 건축 설계도 진행 중이다. "항상 새로운 생각을 하자는 것이 제가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밝힌 장 대표의 노인정은 또 어떤 공간이 될지 절로 궁금해졌다.

"'한내 지혜의 숲'은 굉장히 검소한 건축이에요. 비싼 재료를 쓰지 않아도 공간이 다르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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