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9m 길이 '소장질환'…"초기증상이 조기발견 열쇠"

입력 2017-11-01 07:00  

[명의에게 묻다] 9m 길이 '소장질환'…"초기증상이 조기발견 열쇠"

원인모를 복통·설사 반복되고 체중 준다면 소장질환 의심해야

일반 내시경으론 진단 힘들어…"최신 내시경술 보완 사용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성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소화기센터 교수 = #1. 회사원 A(34)씨는 학창시절부터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를 앓아왔는데도 위·대장내시경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몸무게가 5㎏이 넘게 빠지고 소화가 잘 안 되면서 복통도 점차 심해졌다. 심지어 구토까지 겹쳐 증상이 악화하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빈혈과 염증 수치가 증가했고, 소장에 대한 CT(컴퓨터단층촬영) 조영술에서는 염증과 협착이 의심됐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진행한 소장 내시경 검사에서는 다발성의 세로축 궤양과 협착이 확인됐다. A씨는 '소장 크론병'으로 최종 확진을 받았다.

#2. 지속적인 복통과 체중감소로 병원을 찾아 복부 CT검사를 받은 B(64.주부)씨는 소장에 염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고 증상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이에 내시경 검사를 결정했지만, 일반적인 내시경은 염증이 의심되는 부위에 접근할 수 없어 풍선 소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풍선 소장 내시경은 내시경 끝에 달린 풍선을 부풀려 내시경을 밀어 넣는 방식이다. 내시경으로 염증 의심 부위를 광범위하게 조직검사 한 결과 B씨는 '소장 림프종'으로 최종 진단됐다.






소화기 내시경기술의 발달로 위나 대장 질환은 내시경 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길이 열렸지만, 소장질환은 여전히 난관이 많은 분야로 꼽힌다.

전체 길이가 6∼9m에 이르고 구불구불하다 보니 일반적인 내시경 검사로 들여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소장에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의사들조차 이를 정확히 찾아내고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스스로 소장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요즘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다양한 약제의 사용 등으로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는 소장질환이 증가하고 있어 이 같은 관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증가하는 소장질환 중 대표적인 게 크론병이다. 크론병은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복통, 설사, 체중감소가 주 증상이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2011년 약 1만4천명에서 2015년 약 1만8천명으로 5년 전보다 약 4천명이 증가했다. 연평균 약 7%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크론병은 대부분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회맹판을 중심으로 염증이 발생하기에 많은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약 25%가량의 환자는 소장에만 염증이 국한돼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로 진단할 수 없다. 이 경우 별도의 소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A씨 사례는 소장만을 침범한 크론병이 늦게 발견된 케이스다. 문제는 이처럼 늦게 진단되는 크론병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 손상돼 장 협착, 누공, 폐쇄,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바륨을 이용한 소장조영술이 소장 검사법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진단의 정확도가 낮고 방사선 조사량도 상대적으로 높은 게 단점이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캡슐 내시경, 풍선 소장 내시경, CT나 MRI를 이용한 소장조영술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소장의 길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이런 최신 검사법도 한가지만으로는 완벽하게 소장을 검사 할 수 없고,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캡슐 내시경은 비교적 상처 부위를 최소화하고 전 소장의 점막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장질환이 의심되면 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크론병처럼 협착이 동반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협착부위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CT소장조영술의 경우도 비교적 빠른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장간막과 다른 복부 장기의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고 장점막 표면의 변화를 평가하는 데는 제한적이다.

MRI 소장조영술은 방사선 노출 없이 검사가 가능하지만 검사 시간이 길다 보니 환자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흔들려 정확히 검사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다.

풍선 소장 내시경 검사는 직접 병변을 의사가 관찰하고 조직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검사법이다. 또 협착부위의 확장, 출혈 부위의 지혈, 용종 절제 등의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검사법도 상처 부위가 크고 전 소장을 관찰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A씨의 경우 크론병이 의심돼 캡슐내시경 대신 CT 소장조영술을 처음 시행하고 풍선 소장 내시경을 통해 확진했다.

크론병은 가능한 초기 단계에 염증을 치료해서 염증으로 인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호전시키고 장관의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막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염증만 존재하는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제제 등과 같은 약물을 적절히 사용해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소장에 협착 같은 합병증이 발병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만으로 증상 호전이 쉽지 않아 수술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내시경기술이 발달함으로써 협착부위가 4㎝ 미만이면서 깊은 궤양이나 누공 등의 합병증이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 대신 풍선 소장 내시경을 이용한 확장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위암와 대장암보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소장에도 악성종양이 발생한다. 림프종, 신경내분비종양(유암종), 선암과 같은 악성종양은 진단이 어려워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CT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도 접근이 어려워서 조직검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림프종의 경우 B씨처럼 궤양과 같은 염증성 병변으로 관찰되기에 처음에는 다른 질병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소장에 염증이나 이상 소견이 의심되는 경우 적절한 소장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 포이츠-예거 증후군 등 소장에 발생하는 양성 폴립은 소장 내시경을 이용해 진단하고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도 가능하다.

크론병 이외에도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소장질환은 또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에 의한 염증 및 궤양, 출혈을 일으키는 혈관 이형성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에는 캡슐 내시경이 초기 진단에 매우 효과적이며 소장내시경 검사로 확진하고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등의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 상태와 의심되는 질환에 따라 관련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설사, 복통이 반복되고 혈변을 봤다면 이유 불문하고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이런 원칙을 실천해야 소장질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 홍성노 교수는 1998년 연세대학교 원주의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건국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3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장연구학회,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주립대학(UCLA) 방문교수로 연수했다. 2015년 제25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2016년 대한장연구학회 페링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소장질환과 염증성장질환의 병태생리 규명과 새로운 치료를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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