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미한 태영호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 병행해야"

입력 2017-11-01 04:20  

첫 방미한 태영호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 병행해야"

"김정은 화폐개혁 실패가 ICBM 집착하게 만들어"

北주민에 대한 정보 유입 강조…내일 美의회 증언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지난해 한국에 망명한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내부자가 본 북한'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한은 변화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북 정책이) '소프트 파워'에서 '하드 파워'로 옮겨가고 있지만, 군사적인 행위에 앞서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대북 전략인 '최대의 압박'을 지지하지만 '최대의 관여'가 병행돼야 한다며 "최대의 관여는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북한 주민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더 많은 남한 사회의 정보를 얻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체제는 공포정치와 외부정보 차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공포정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외부정보 유입 확산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주민을 교육하면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힘을 줬다.

태 전 공사는 "만약 동독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서독 TV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 주민이 남한 방송을 볼 수 있는 선진화된 기술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아이들이 게임과 영화 등을 담은 SD카드를 '콧구멍 카드'라고 부른다면서 "몸수색 때 이 카드를 콧구멍 안에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북한 인권 문제 부각이 북한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례적으로 고위급 인사인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 탄압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국외 노동자에게 공사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발표하면서 말미에 "다가오는 전쟁은 북한과 미국 간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사상과 의지에 대한 전쟁"이라고 발언한 후 대대적인 숙청이 몰아쳤다고 말했다.

그해 8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활동했던 은하수 관현악단 소속의 유명 가수 8명이 처음으로 처형됐고, 이어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숙청됐다고 했다.

그는 숙청 작업은 김정은 리더십의 정통성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 3남이라 강한 정통성이 없어 간부들이 김정일을 대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을 경시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5년간 북한 신문을 살펴보면 김정은은 자신이 유일한 백두혈통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집권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출생일시와 어머니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있으며, 어린 시절 할아버지인 김일성 과 찍은 사진이 없어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며 "많은 북한 주민은 그가 3남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경제개혁보다 핵·미사일 능력 고양에 매달리게 된 계기로 2009년 화폐개혁 실패를 꼽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임명돼 단행한 화폐개혁은 주민의 저항에 부닥쳐 한 달 만에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의 처형으로 막을 내렸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화폐개혁이 처음"이라며 "김정은은 주민의 경제적인 생존을 위협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화폐개혁 실패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집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망명 계기와 관련해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북한의 모순을 알았고, 이중적인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여기서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가 아이들에게 내가 준 최고의 선물이자 최고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내달 1일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부자가 바라보는 김정은 정권'을 주제로 공개 증언을 한다. 그의 첫 미국 방문은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올해 초 방미하려 했지만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 탓에 미뤄졌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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