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 카페 바리스타 현장실습…4시간에 1만7천원 일당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준말) 주문받을 때가 제일 신나요."
경기도 양주시 덕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성진(18·고3) 군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임군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내 '천보북카페'에서 지난 9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6주 동안 바리스타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주 2회에 하루 4시간씩이다.
경기북부경찰청과 장애 청소년들의 현장실습을 연계해준 곳은 남양주 소재 경은학교 진로직업특수교육지원센터다.
센터에서 바리스타 현장실습생을 4명 뽑는 데 장애 청소년 17명이 지원했다. 임군은 4: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오게 된 것.
현장실습 날이면 임군은 양주시 덕계동에 있는 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출발해 의정부시 금오동에 있는 이곳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 중간에 1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오려면 총 1시간이 걸린다.
혼자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것부터가 '홀로서기' 연습의 시작이다.
임군은 목소리와 동작이 크다. 말투도 약간 어눌하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남들보다 '천천히'라면 충분히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메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카페 계산대 앞에는 '감정·의견 표현이 서투를 뿐 비장애인처럼 감정을 느끼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배려하되 어린아이처럼 취급하지는 말아달라'는 장애 청소년 바리스타를 대하는 '에티켓'이 적혀 있다.
지난 2일 만난 카페에서 만난 임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만 넣으면 완성이 되는데, 캐러멜 마키아토는 시럽 양 조절 때문에 너무 어려워요"라면서 천진한 웃음을 지었다.
임군은 이어서 "학교는 매일 똑같고 지루한데 여기는 재밌어요"라면서도 "지금까지 일은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임군과 함께 실습에 참여 중인 김모(18·고3)양은 바리스타 자격증(2급)도 갖고 있다.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인터뷰한 김양은 "커피를 원래부터 좋아한다"면서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나에게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커피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처음 보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게 이유를 모르겠지만, 힘이 들었다"는 내용의 고충을 털어놨다.
두 학생을 돌보기 위해 경은학교 진로직업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나온 심민주(26) 사회복지사는 "최근 들어 바리스타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라며 "지난해에는 장애인 바리스타로 스타벅스에 취업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임군과 김양은 지난 6주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기준에 따라 하루에 1만7천원을 벌었다.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는 임군과 김양은 이날이 6주간의 현장실습 마지막 날인 탓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퇴근을 했다.
다음 주부터는 이곳에서 다른 장애 청소년 2명이 현장실습을 할 예정이다.
경기북부경찰청 홍보계 관계자는 "카페를 찾는 경찰관과 지역주민들이 장애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늘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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