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뻔한 말이지만 쓰고 싶은것 쓰는 시대 돼야"

입력 2017-11-05 09:39   수정 2017-11-05 16:28

안도현 시인 "뻔한 말이지만 쓰고 싶은것 쓰는 시대 돼야"

'블랙리스트' 문인들 소회…천양희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시인 되고 싶어"





(이스탄불=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너무 뻔한 말이지만 이제 쓰고 싶은 것을 쓰고,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것입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작가들이 박근혜 정부가 문인들을 해외교류사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데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스탄불도서전에 참가한 작가 6명 중 상당수가 '블랙리스트'로 거론된 인물들이다. 공교롭게 한국 문인들을 이스탄불도서전에 초청한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정부에서 일부 문인들을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안도현 시인은 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작가는 힘없는 개인들인데 힘없는 개인의 상상력을 국가가 간섭하고 통제하려 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이제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절필'을 했다가 올해 월간 시인동네 5월호에 신작 2편을 실으며 다시 시작(詩作)을 시작한 안 시인은 "한국 사회에서 시인이 사회적 상상력을 바탕에 깔고 시를 쓰는 시대는 박근혜 시대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뻔한 말이긴 하지만 쓰고 싶은 것을 쓰는,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5년 11월 미국 듀크대에서 열린 북미 한국문학회 초청 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이 확인된 김애란 소설가는 "나는 데뷔하고 나서 제도의 혜택을 많이 받은 작가 중 한 명으로 특히 신인 때 외국 행사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작가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블랙리스트 기사를 보면서 언급된 작가와 드러나지 않은 동료 창작자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지원은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격보다는 특히 신인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역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됐던 천양희 시인은 "지난 정부 때 정말 시인으로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는 삶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며 '시를 위한 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시'가 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시를 권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지만 시인만 가지고는 안되고 국가를 경영하는 분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윤 소설가는 이번 사태가 문학이 한층 더 성장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최 작가는 "문학은 한편으로는 정치나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것을 조준하고 있다"면서 "수많은 부침에 따라 글을 쓴다면 문학은 비참하고 협소하겠지만 문학은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부침 자체가 문학에는 흥미로운 자극 거리가 되고 문학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다"면서 "문학은 더 광대하고 세계적인 공화국"이라고 강조했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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