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계승 탄탄대로 닦는 32세 사우디왕세자…반대파 대거 숙청(종합2보)

입력 2017-11-05 18:41  

왕위계승 탄탄대로 닦는 32세 사우디왕세자…반대파 대거 숙청(종합2보)

왕자 11명, 전현직 장관 수십명 부패 혐의 체포

왕위 경쟁·반대파 숙청…"억만장자 빈탈랄 왕자 포함"

모하마드 왕세자, 군·경제 핵심 조직 통제권 장악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의 왕위 계승 작업이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날 구성된 반(反)부패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앞세워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4일(현지시간) 밤 사우디 국영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조직의 위원장은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다.

또 사우디 왕권 근위 성격의 국가방위부 장관과 해군 수뇌부를 일련의 고위직 파면 과정에서 물갈이했다.

살만 국왕은 이날 칙령을 내려 반부패위원회에 압수수색, 계좌추적, 출국금지, 자산 동결, 체포영장 발부 등 강력한 사법권한을 부여하면서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가 있거나 권력과 영향력을 남용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부패위원회는 2009년 제다의 홍수 피해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에 부실하게 대응한 점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해 전임 압둘라 국왕(2015년 1월 서거) 시절에 대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압둘라 국왕 측은 살만 국왕과 이복형제지만 사우디 왕실의 핵심 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초대 국왕의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아들 7명)이 아닌 왕실 내 경쟁 세력이다.

한 소식통은 이날 무더기 체포 경위를 전하면서 사우디 안보 당국이 고위 인사들의 국외 도주를 막으려고 홍해 연안도시 제다에 있는 자가용 제트기를 이륙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를 거부하는 것을 포함한 모하마드 왕세자의 외교노선과 국내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살만 국왕이 고령인만큼 친아들인 모하마드 왕자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왕위를 안전하게 이어받으려면 불안요소를 원천봉쇄하는 승계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살만 국왕은 2015년 1월 즉위 직후 당시 무크린 왕세자를 부패를 이유로 경질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자까지 2년 동안 왕세자만 2번 퇴위시키고 친아들인 모하마드 왕자를 차기 1순위 왕위 계승자 자리까지 올렸다.

사우디의 알사우드 왕가는 왕자만 6천명으로 추정될 만큼 방대해 절대군주제라는 표면적인 통치체제와 달리 내부의 권력 암투가 매우 치열해 왕위가 견고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1953년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사후에 형제 상속으로 왕위가 이어진 사우디 왕가에서 손자 세대로 넘어가는 첫 사례다.






사우디 현지 뉴스 웹사이트는 이날 붙잡힌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에는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있다고 전했다.

빈탈랄 왕자는 살만 국왕 사촌으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아랍권 최대 부자로 꼽힌다.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21세기 폭스,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탈랄 왕자가 체포된 것이 사실이라면 국내외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사우디 증시에서 킹덤홀딩스의 주식은 3분기 실적 상승에도 10% 가까이 폭락했다.

사우디 왕권은 아울러 국가방위부 장관을 무타이브 빈압둘라에서 칼레드 빈아야프로 바꿨다.

2013년 장관에 오른 무타이브 왕자는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로 왕세자직을 두고 모하마드 왕자와 경쟁했다.

무타이브 장관을 숙청함으로써 모하마드 왕세자는 정규군뿐 아니라 왕가를 보호하고 쿠데타를 막는 근위대인 국가방위군(이른바 백색 군대)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경제부 장관 역시 정부자산 매각 정책을 이끈 친위 인물인 HSBC 중동 최고경영자(CEO) 출신 모하메드 알투와즈리로 교체했다.

모하마드 왕세자가 이미 사우디의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인 만큼 사우디 왕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 군과 석유를 모두 친정 체제로 편입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6월 사우디가 카타르와 단교를 전격 선언한 것도 이대로 왕위에 오르게 되면 중동 지역 정상 가운데 최연소가 될 모하마드 왕자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타르는 독자 외교노선으로 걸프 지역에서 사우디가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껄끄러운 장애물이었다.

권력 강화에 나선 모하마드 왕세자는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운전 허용 등 인권 신장 같은 사우디의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파격적인 개혁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예멘 내전, 이란과 적대 고조와 같은 군사적으로 강경한 성향으로 비판을 사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5일 "중동의 안정을 해치는 모든 도전에 맞서는 형제국 사우디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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