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100주년]③ "사회주의 이념 죽지않아…다시 주목"

입력 2017-11-06 07:00   수정 2017-11-06 21:55

[러시아혁명 100주년]③ "사회주의 이념 죽지않아…다시 주목"

러 공산당 의원 인터뷰…"당원 수 매년 10%씩 늘고 연령대도 젊어져"

"종교 인정 등 강령 변화…혁명적 정권쟁취 아닌 선거 통한 집권 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사회주의 이념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

100년 전인 1917년 러시아에서 인류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10월 혁명)을 성공하고 사회주의 국가 소련을 탄생시킨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볼셰비키당).

볼셰비키당의 후신인 러시아 공산당 소속 파벨 도로힌 하원 의원은 최근 10월 혁명 100주년을 맞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소련이 붕괴한 지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혁명이 추구했던 사회주의 이념은 지금도 러시아에서 여전히 살아 있으며 공산당은 오히려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사회주의 이념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러시아 공산당의 산업정책·중소기업 문제 담당 서기(위원장)를 맡은 도로힌 의원은 "현재 공식 공산당원 수는 16만여 명이지만 지지자들은 수백만 명에 이르며 매년 당원 수도 늘고 있다"면서 공산당이 '죽은 정당'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산당은 현재 전체 450개 의석인 러시아 하원에서 42석을 차지해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343석)에 이어 두 번째 정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도로힌 의원과의 일문일답.




-- 10월 혁명 100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 10월 혁명은 공산당뿐 아니라 전 인류에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1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은 제정 러시아의 사회·정치 구조를 변화시키고 소련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정치, 경제 판도를 바꿨다. 자본주의 외에 인간적 가치와 사회 정의에 기반을 둔 다른 체제가 가능하다는 본보기를 보여줬다.

소련과 다른 나라의 사회주의 이념 실천은 자본주의를 좀 더 정의롭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회보장 제도가 발전했고 빈부 격차도 줄었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10월 혁명의 영향으로 자본주의가 변화한 것이다.

소련이 망하고 많은 나라가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은 자본주의의 첫 번째 승리일 뿐이다.

러시아에서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회주의 이념은 오늘날에도 죽지 않았다. 수백만 명의 머릿속에 이 이데올로기가 살아있다면 사회주의는 지속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2008년과 2012년 국제 금융 위기 이후 카를 마르크스는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의 '자본론'은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됐다. 사회적 정의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혁명 전해인 1916년 발간된 블라디미르 레닌의 저서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의 제국주의'의 내용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중국은 자국의 특성을 살린 사회주의를 발전시켜가고 있고 베트남과 쿠바도 그렇다.


-- 러시아와 다른 나라의 공산당과 좌파 정당들의 세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지 않나. 러시아 하원에서 공산당은 고작 42석을 차지하고 있다.

▲ 의원 수는 줄었지만, 공산당원은 매년 약 10%씩 늘고 있다. 현재 전체 공산당원 수는 약 16만2천 명이다. 당원증을 갖고 있고 당비를 내며 당 조직과 활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들이다.

공산당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면 수백만 명이다.

당원들의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 예전에 당원 평균 연령이 60∼65세였다면 지금은 50세 정도다. 젊은이들이 공산당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인들과 학자·교수 등도 공산당에 참여하고 있다.

현 정치 지도부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르쿠츠크주 주지사 세르게이 레브첸코와 중부 오를로프주 주지사 대행 안드레이 클리치코프는 공산당 소속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부위원장인 이반 멜니코프는 하원 제1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 소련이 붕괴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몇 가지 실수가 있었다. 우선 공산당의 과도한 관료화를 들 수 있다. 시스템이 지나치게 경직돼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도구로서 제시했던 원칙들에서 멀어졌다. 레닌은 당을 지나치게 국가화하거나 관료가 자만하고 전횡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잘못 끌려들어 가 국방비로 과도한 예산을 지출한 것도 실수였다. 예산의 40%까지가 국방비로 쓰였고 상대적으로 사회분야 예산 지출은 줄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대규모 국영기업 민영화도 문제였다. 준비도 안 된 민간 소유주들이 기업을 넘겨받아 팔아치우거나 외국으로 자산을 빼돌렸다.

연방 구성 공화국들에 갑자기 지나친 주권을 허용해 민족주의가 고조된 것도 연방 붕괴를 촉진했다.



-- 현 공산당의 주요 정책 프로그램엔 어떤 게 있나.

▲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해 총선 전에 10개 항의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국방·자원 관련 전략 기업의 국유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국부의 상당 부분을 사유화한 올리가르히(신흥재벌) 그룹 사정이 대표적이다.

일반 시민에게 큰 부담이 되는 각종 세율 완화, 금융 부문 투명화와 투기 은행 폐쇄, 누진 소득세율 도입(현재는 13% 단일세율), 담배와 주류 생산의 국가 독점화, 의료 산업 국영화, 농업 부문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 등도 포함됐다.



-- 러시아에서 '제2의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하다고 보나.

▲ 10월 혁명을 복사한 혁명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혼란을 지지하지 않는다. 적군과 백군으로 나라가 갈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 통합을 지지한다.

소련 공산당의 무신론 강령도 폐기했다. 교회에 반대하지 않으며 종교를 존중한다. 현재 공산당원의 60%가 정교회 신자다.

공산당은 극단주의를 지지하지 않으며 현 정치 시스템 틀 내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선거와 정부에 대한 제안 등을 통해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국가 발전을 지향한다. 외국의 지원을 받는 '색깔 혁명'(우크라이나, 조지아/그루지야/등 옛 소련권에서 일어난 친서방 정권교체 혁명)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

공산당은 10월 혁명 이후 약 75년을 집권당으로 있었고 소련 붕괴 후 약 25년을 야당으로 있지만 이 시기가 끝나면 다시 정권을 잡을 것이다.

러시아 공산당은 미국 민주당, 프랑스 사회당, 영국 노동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당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한때 공산당은 러시아 정치 시스템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 내년 3월 대선에 누가 공산당 후보로 나서나. 현 겐나디 쥬가노프 당수가 또 출마하나.

▲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논의 중이다. 일부에선 쥬가노프 당수를 지지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12월에 전당대회가 열리면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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