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토종 생물 궁금하면 꼭 가볼 곳

입력 2017-12-13 08:01  

[연합이매진] 토종 생물 궁금하면 꼭 가볼 곳
4만7천 '국가생물종 목록' 구축 국립생물자원관

(인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기관이다. 그동안 1천700여 종의 생물자원을 발굴해 4만7천여 종에 이르는 '국가생물종 목록'을 구축했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생물을 만나고 생태계를 체험하며 생물이 주는 혜택과 생물자원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물자원이 의약품,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주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이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을 사용하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는 특정 국가의 생물 유전자원을 상품화할 때 해당국에 미리 통보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이익의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지구에는 박테리아부터 곰팡이와 버섯 같은 균류, 식물, 동물까지 879만 종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생물학적 이름(학명)이 부여된 것은 164만 종에 불과하다. 아직 정확한 실체를 찾지 못한 생물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육지에 사는 생물 85%, 바다에 사는 생물 91%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종의 생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종은 4만7천여 종으로 아직 절반도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인천광역시 경서동 종합환경연구단지에 들어선 국립생물자원관은 바로 우리의 땅·바다·하늘에 자생하는 고유종을 찾아 연구하고, 생물자원에 이름을 붙이며, 보전 관리하는 기관이다. 전시관에서는 우리의 생물과 생태계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 액자 속에 담긴 꽃들

전시관에 들어서면 하늘을 날고 있는 두루미 10여 마리가 눈길을 끈다. 목덜미 부분이 연한 갈색인 어린 두루미도 섞여 있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의 하나인 두루미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두루미는 전시관이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행하는 두루미 가족 아래로는 호랑이, 수리부엉이, 문어, 고등어, 청개구리, 나비, 영지, 소나무, 민들레, 참김 등이 한데 모여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지난 9월 진행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생물 101' 대국민 투표에서 분류군별 1위를 차지한 생물들이다.
제1전시실은 '한반도의 생물종'을 주제로 다룬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생물을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진균계, 식물계, 동물계 등 다섯 무리로 구분해 전시한다.
원핵생물, 원생생물, 진균계 코너에는 맨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을 확대한 모형 사진과 동영상이 있고 현미경으로도 볼 수 있게 한다. 김, 미역 등 대형 해조류의 사진과 각종 버섯도 진열돼 있다. 오염물질 분해에 이용되는 세균,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는 원생생물, 의약품 재료로 이용되는 곰팡이 등의 활용가치도 설명해 준다.
식물계 코너에는 선태식물, 양치식물, 겉씨식물, 속씨식물 등의 특징과 구조, 생활사를 소개하고 다양한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제주고사리삼, 금강초롱 등 우리나라 고유속 식물 모두를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계절별로 피는 우리나라 꽃을 담은 액자들이다. 노랑, 빨강, 초록 등 꽃의 빛깔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 아름답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개발한 '프레스 플라워'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무반사 유리를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꽃의 좋은 향기를 맡고 돋보기로 관찰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 박제 동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동물계에서는 무척추동물부터 어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까지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모양의 산호, 촉수를 가진 해파리, 문어·오징어·낙지 등의 연체동물, 곤충, 불가사리 등이 동물 분류법에 따라 진열돼 있다.
문어, 딱총새우, 우렁쉥이, 장어, 가오리, 해마, 아귀, 자리돔을 염색해 무척추동물에서 시작해 신경 줄기, 연골, 경골이 나타나는 척추의 발생과정을 설명한다.
조류 코너는 텃새, 철새, 바닷새를 구분해 전시하고 철새의 이동 경로와 해당 조류를 함께 보여준다.
대형 포유류 코너에는 곰, 여우, 오소리, 족제비, 수달, 고슴도치, 다람쥐 등 22종의 자생 포유류가 전시돼 있다. 옆구리에 올가미 자국이 있는 삵,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야생 여우 사체, 2008년 경북 청송에서 인수한 족제비 등의 사연은 흥미를 더한다.
기현정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사무관은 "로드킬(Roadkill·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희생된 동물을 기증받아 박제로 만든다"며 "국내 어느 곳보다 박제 기술이 뛰어나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공간은 변이와 종분화를 설명한다.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나뭇잎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여준다. 또 산천어와 숭어처럼 같은 종이라도 서식 조건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변이, 각기 다른 무늬가 나타나는 나비의 집단 내 변이, 돌연변이 등 다양한 생물 종의 변이를 실물로 보여준다.
다음 공간에서는 금개구리, 강하루살이, 칼납자루, 미선나무, 모데미풀 등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생물을 사진과 실물로 보여준다. 맞은편에서는 한반도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앞쪽에 설치된 태블릿을 이용하면 멸종위기야생동식물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 피톤치드 싱그러운 한반도 생태계

2층 제2전시실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주제로 하는 공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실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실내에 재현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눈앞에 초록빛 무성한 숲이 펼쳐지고 피톤치드 향기가 머릿속을 맑게 한다. 신갈나무, 산벚나무가 있는 한반도 중부지역의 산림생태계를 재현한 공간이다. 숲 속에는 산양, 삵, 노루, 꿩, 부엉이 등이 살아간다.
두더지, 물총새, 개미 등의 땅속 생태계, 중부지역 상류와 하류의 하천 생태계를 디오라마로 재현했다. 물가에는 각종 새와 동물이 노닐고 상류에 쉬리, 참갈겨니, 피라미 등이 서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류에서 살아가는 메기, 가물치, 버들붕어, 잉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독도의 바닷속 모습을 재현한 해양 생태계 디오라마는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독도에는 현재 어류 176종, 무척추동물 638종, 해조류 238종의 해양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는 독도의 생물과 생태계를 보여주는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닥에는 게, 우렁이, 꼬막 등이 있는 서해안 갯벌을 모델로 한 생태계가 재현돼 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피해를 본 새를 볼 수도 있다.
이어지는 제3전시실의 주제는 '생물자원의 가치와 활용'으로 생물이 주는 혜택과 생물자원의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우선 가로수를 쉼터로 이용하는 박새와 참새, 사람이 남긴 음식물을 먹는 까치와 까마귀, 너구리와 쥐 등을 통해 도시에서도 우리가 다양한 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다.
'생물이 왜 소중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생물을 모방한 로봇과 기술, 미세구조 등을 볼 수 있다. 또 우리가 흔히 먹는 김치, 커피, 초콜릿 푸딩 같은 음식에서 다양한 생물을 발견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항생제 개발, 막걸리 정균 개발, 생물학적 방제 등 생물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소개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수집된 생물이 국립생물자원관 수장고에서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를 미니어처로 볼 수 있다.
제3전시실을 나오면 '곶자왈 생태관'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제주도 식물종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900여 종의 식물이 생육하는 곶자왈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온화한 기후의 제주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절로 든다.



◇ '지켜라 지구생물' 기획전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찾아내 지키는 일을 하는 국립생물자원관은 내년 3월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지켜라 지구생물'과 '찾아라 우리생물' 전시회를 연다.
'지켜라 지구생물' 전시장은 곶자왈 생태관 1층 출구의 맞은편에 있다. 가장 먼저 뱀, 악어, 여우 등이 지갑, 혁대, 목도리로 이용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야생생물이 인간의 허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멸종 위협에 노출된 전 세계 생물의 상황을 알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생물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멸종 도미노를 막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생물보전을 위한 서약식에 참여하고 '지구생물 지킴이 발대식'에도 가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로비 한쪽에 있는 '찾아라 우리생물' 전시장에서는 자생생물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면서 새로운 생물을 찾아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소개한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학습실도 있다. 증강현실 기법을 이용해 화면 속 표범이 관람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사라진 한국표범을 다시 만나요'가 인기를 끈다. 관람객이 새처럼 날갯짓하면 청둥오리가 한강에서 러시아까지 이동하는 '아름다운 비행'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해녀의 밥상 차리기, 빙떡 만들기는 특히 어린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INFORMATION]
▲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10월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과 전날
▲ 관람료: 없음 (☎) 032-590-7000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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