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알바생의 '웃픈' 탈출기…영화 '7호실'

입력 2017-11-08 07:00   수정 2017-11-08 08:33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알바생의 '웃픈' 탈출기…영화 '7호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는 약 600만 명. 해마다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출혈경쟁과 경기불황에 내몰려 10명 중 9명은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간판을 떼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영화 '7호실'은 대박을 꿈꾸며 가게를 차렸다가 순식간에 벼랑 끝에 몰리는 국내 자영업자의 모습을 볼록렌즈처럼 비춘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아픈 현실을 유머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한바탕 웃고 나면 헛헛함이 남는다.

큰 줄기는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분)이 제값을 받고 DVD방을 넘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이다.






두식은 자영업자의 현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DVD방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신혼집 전세금까지 털어 덜컥 DVD방을 차렸다.

그러나 그곳 상권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 하루 손님은 고작 한두 팀뿐, 야간에 대리운전까지 하며 DVD방을 꾸려가지만, 월세마저 몇 달째 밀려 보증금만 계속 까먹는 처지가 된다. 하루라도 빨리 새 인수자를 찾아 권리금 1억원을 받고 가게를 넘기는 것이 목표다.

결국 기존 '알바생' 태정(도경수) 이외에 중국교포 청년을 한명 더 고용해 DVD방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마침내 매수의향자가 나타난다. 계약을 며칠 앞둔 어느 날 DVD방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시체를 DVD방 7호실에 감춘다.

알바생 태정의 처지 역시 다르지 않다. 대부업체에 빌린 1천8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한다. 며칠만 마약을 보관해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말에 사장 몰래 마약 보따리를 7호실에 감춰둔다.

그러다 7호실이 갑자기 봉쇄된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 뒤부터는 7호실 방문을 열려는 태정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봉쇄하려는 두식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진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 소수의 인물만 등장하지만, 10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비교적 밀도 있고 촘촘하게 전개되며,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속에 스릴러와 호러적인 요소도 넣어 긴장감도 있다.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위기에 빠지는 두 사람이 어떻게 탈출구를 마련할지 지켜보는 것도 제법 흥미진진하다.

주제의식도 명확한 편이다. 무한경쟁 속에 폐업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 진입에도 어려움을 겪는 청년 문제 등 한국사회의 병폐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결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극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을'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처럼, 얼굴 없이 대사 속에만 등장하는 건물주다. 건물주는 수시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두식을 위협한다. 건물주 앞에서는 DVD방 '사장님'도 그저 세입자일 뿐이다.

'을 중의 을'은 중국교포 한욱이다. 성실한 청년인 그는 같은 알바생 태정보다 이유 없이 더 낮은 시급을 받는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신하균의 원맨쇼로 펼쳐진다. 그는 마치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혼자서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2014년 개봉한 '카트'에서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10대를 연기한 엑소의 멤버 도경수도 출구 없는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대학생 역을 맞춤옷을 입은 듯 해냈다.

도경수는 7일 열린 시사회에서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을 통해 학자금 대출 문제 등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끌렸고, 이 캐릭터를 통해 힘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편 데뷔작 '10분'(2013)으로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은 이용승 감독의 신작이다. 15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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