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총회 유치 정부에 제안…"북한 나무심기로 탄소배출권 확보해야"
"MB정부 이후 기후변화 대응 노력 침잠 아쉬워"
(본<독일>=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고건 전 국무총리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건 이명박 정부 이후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축소돼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 참석차 독일 본을 찾은 고 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해 "MB 때는 그래도 뭘 하려 했는데 그 이후로 침잠했다"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는 2008년 국내 최초의 민간 기후변화 대응 기구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은 후 9년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맡고 있으며 고 전 총리는 명예이사장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행사장을 둘러본 고 전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국민 인식이 높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당사국총회를 유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공원으로 변한 월드컵공원에서 당사국총회를 하면 의미 있을 것"이라며 "이를 환경부와 서울시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개장한 월드컵공원은 당시 서울시장이던 고 전 총리의 '작품'이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에서 나온 쓰레기 9천200만t이 매립된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쓰레기 산이었던 곳에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이 들어서고 사라진 난지천을 복원해 난지천공원을 만들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의장국을 맡은 나라에서 1년에 한 차례씩 열린다. 올해 의장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위험에 노출된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이지만 대규모 국제회의를 열 만한 공간이 부족해 총회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본부가 있는 본에서 열렸다. 올해 총회 등록 인원은 3만명에 이른다.
의장국은 보통 유럽·아시아·중남미 등 대륙별로 순서가 돌아간다. 내년 의장국은 폴란드다.
고 전 총리는 북한에 나무심기 사업을 펼쳐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북한 산림 복원을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녹화기구'를 만든 고 전 총리는 2010년부터 꾸준히 북한과 연계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제안해왔다.
고 전 총리는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사 올 게 아니라 기업이 북한에 나무를 심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면 된다"며 "이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7%인 3억t을 감축하겠다는 이행 목표를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시했다. 25.7%는 국내에서 줄이고, 11.3%는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와 충당하기로 했다.
항공·철강·발전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이 북한에 산림을 조성케 해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탄소배출권 11.3%를 확보하자는 게 고 전 총리의 구상이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 전 장관과 박 시장은 기업·시민사회를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을 만들고, 기후변화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
고 전 총리는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가장 오래 재임(2천213일)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오는 17일 고 전 총리의 기록을 넘어 '최장수 서울시장'이 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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