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패권다툼의 핵심은 레바논 헤즈볼라

입력 2017-11-14 17:05  

사우디-이란 패권다툼의 핵심은 레바논 헤즈볼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은 사우디 측의 압력에 의한 것이 분명하며 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사우디의 공세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가 이란의 첨병으로 중동에서 이란의 세력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헤즈볼라를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레바논을 압박해 정치와 군사로부터 헤즈볼라를 배제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레바논에 대한 사우디의 간여는 자칫 레바논을 혼란으로 몰아넣어 예멘에 이은 또 다른 대(對)시아파 전선을 만들어낼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이란-사우디 각축의 핵심으로 등장한 헤즈볼라의 역할을 정리했다.






▲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역할

헤즈볼라는 시아파 이슬람 세력으로 준(準)군사, 정치조직이다.



지난 1980년대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됐으며 이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지역의 가장 강력한 친이란 세력이다.

미국은 헤즈볼라를 테러그룹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은 헤즈볼라의 군사조직을 테러그룹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치조직은 테러그룹으로부터 제외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그들의 주 임무가 이스라엘과의 투쟁이라고 선언하고 있으나 양측이 직접 교전한 것은 지난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들어 헤즈볼라가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서 이에 따른 우려와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근래 중동지역에서 격화하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 간의 종파 및 세력 각축전에서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인접 시리아의 내전에 개입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으로부터 정권을 지키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또 이슬람국가(IS) 소탕전에 나선 이라크 민병대를 지원했고, 사우디가 막대한 전비를 쏟아붓고 있는 예멘 내전에서도 후티 반군에 대한 훈련과 장비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하리리 총리 사임에 대한 헤즈볼라의 역할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레바논 정계에서 점증하는 헤즈볼라의 역할을 우려한 사우디 관리들이 알하리리 총리의 사임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측은 헤즈볼라가 지역의 군사적 역할을 포기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우디 관리들은 최근 레바논 정부에 대해 만약 헤즈볼라의 정치, 군사적 역할을 계속 허용할 경우 사우디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헤즈볼라가 이란-사우디 각축전에 개입한 이유는?

사우디는 근래 세력이 커진 헤즈볼라의 세를 꺾는 것이 이란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가 헤즈볼라를 겨냥하고 나선 핵심 배경은 헤즈볼라가 예멘 후티 반군에 미사일을 제공하고 훈련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헤즈볼라가 이란과 함께 인접 바레인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바레인 왕정은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이나 주민 다수는 시아파로 지난 수년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총리 사임에 이어 레바논을 겨냥한 사우디의 다음 조치는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수십만 명의 레바논 근로자를 추방하는 것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근로자의 송금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레바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다.

또 카타르의 경우처럼 직접 제재를 가하고 나설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레바논 내 유혈 충돌이다. 레바논에 사우디 대리 무장세력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사우디가 장기적으로 레바논 내에 수니파 무장세력을 육성할 수도 있다.

주로 시리아에서 탈출한 수니파 난민들로 헤즈볼라에 적대감을 가진 주민들이다. 이밖에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부추겨 헤즈볼라와 맞서게 할 수도 있다고 일부 외교관들은 우려하고 있다.



▲ 사우디-헤즈볼라의 대립이 악화할 경우 상황은?

현재로서는 사우디가 레바논을 흔들 정치,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사우디가 헤즈볼라에 대한 적극 공세에 나설 경우 레바논의 안정이 다시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레바논과 유럽 관리들은 특히 사우디의 노선에 미국이 동조하고 나설 경우 사태 확대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동분쟁에서 공개적으로 사우디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 헤즈볼라 등과의 권력 분점을 통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레바논의 미묘한 정국 균형이 무너질 경우 내전과 함께 인접 시리아 사태에 이어 또다시 대량 난민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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