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예산 설립 이후 3배로…금융기관서 걷는 분담금은 5.3배로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금융감독원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강화할지를 놓고 국회에서 금융당국과 예산 당국이 본격적으로 맞붙게 된 배경에는 채용비리에 더해 방만경영이 있다.
예산당국은 금감원의 방만 경영이 더는 못 봐줄 지경이라며 직접 손을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감원에 대한 통제강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산당국의 개입은 금융감독기구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행위로 이중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예산당국과 금융당국이 미리 헤게모니 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감원 예산, 설립 이후 3배로…금융기관서 걷는 분담금은 5.3배로
19일 국회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의 예산은 1999년 설립 이후 3배로, 금융기관에서 걷는 감독분담금은 5.3배로 불어났다.
금감원의 올해 예산은 3천665억원으로 전년(3천255억원)에 비해 12.6%인 410억원 늘어났으며, 설립 당시(1천197억 원)보다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더욱 급격히 불어난 것은 금감원이 금융기관들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이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을 수행하는 경비 명목으로 걷는 감독분담금은 1999년 548억원에서 올해 2천921억원으로 5.3배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평균 13.6%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감독분담금이 금감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서 79.7%로 38.3%포인트 늘었다.
금감원의 인력규모는 정원 기준 1천970명으로 1999년 설립 당시 1천263명에 비해 56% 증가했다.
감사원은 지난 9월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금감원의 예산급증은 상위직급과 직위 수 과다, 국외 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 운영, 인건비 및 복리성 경비 증가 등 방만 경영에 기인한다고 지목한 바 있다.
특히 감독분담금 급등은 감독관청인 금융위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재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기관의 통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 기본법상 부담금으로 지정하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금융위와 기재부가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지난 9일 금감원의 감독분담금에 대한 부담금 신규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심사에 들어가면서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은 본격적으로 맞붙게 됐다.
◇ 예산당국 "직접 통제 필요" vs 금융당국 "독립성 침해·이중규제"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은 금감원에 대한 통제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통제강화를 누가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이를 결정지을 감독분담금이 부담금이냐 수수료냐를 놓고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감독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되면 금융위는 부과대상·요율을 변경할 때 기재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매년 다음 연도의 부담금운용계획서와 전년도의 부담금운용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감독분담금의 부과목적과 실태, 존치 필요성 등을 지속해서 점검·평가받아야 한다.
예산당국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금융위와 협의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와중에 의원발의가 된 상황"이라며 "감사원 조치결과가 나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분담금은 부담금 성격이 강하다"라면서 "문제는 감독원의 수입이나 지출에 대한 통제가 전혀 안 되는 것으로, 국회와 예산당국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재위도 부담금관리기본법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금감원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감독분담금 증가는 금융기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함으로써 금감원에 대한 기재부의 통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금융당국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에 의해 예·결산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분담금의 부담금 지정으로 기재부에 의한 세입예산 통제가 추가될 경우 이중규제로 인해 금융감독기구의 기관 운영상, 예산상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기재부가 금감원 운영경비 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금융감독업무의 수행방향에 대한 개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운영과 예산의 자율성이 부여된 독립적인 통합금융감독기구를 설치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해 설립된 무자본특수법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은행이나 저축은행을 감독하는 기구는 민간 금융권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면서 의회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금융감독기구를 민간재원인 감독분담금으로 운영하되 역시 의회에 연례보고서 제출 절차를 두고 있다고 국회 정무위는 지적했다.
금융위는 감독분담금이 금감원의 감독 검사용역에 대한 대가에 해당해 재화·용역의 제공에 대한 대가가 아니어야 한다는 부담금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금감원 통합 전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 감독기구가 검사수수료라는 명칭으로 부과하던 게 감독분담금으로 명칭이 변경된 점 등에서 알 수 있듯 감독분담금은 수수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금감원의 예결산에 대해 국회 보고장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과 금융감독체계 개편 법률안도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인 만큼, 이들 법안 논의 이후로 기재위의 심사가 보류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국회 기재위에 제출했다.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의 격돌은 내주 국회 기재위가 법안심사에 착수하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재위 관계자는 "다음 주 소위에서 논란이 세게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빨리 결론이 안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장기적 포석을 갖고 헤게모니 싸움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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