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미 대화 가능성은 살려 놔야

입력 2017-11-21 17:59  

[연합시론]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미 대화 가능성은 살려 놔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검증 합의 등을 명분으로 해제한 후 9년여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재지정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북한은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제 북한은 자동으로 4가지 제재를 다시 받는다. 무기 관련 수출 금지, 이중용도 품목 수출 제한, 미국의 경제원조 금지, 금융 등 다양한 제재 등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에 노출돼 있어 추가적 타격은 크지 않다. 그러나 상징적이긴 해도, 북한은 '잔인무도한 불량국가'라는 꼬리표를 다시 달았고, 추후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고 할 때 그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지게 된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미국이 취한 대북 제재의 완결판에 가깝다.



여기에는 올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북한의 김정남 암살사건과 지난 6월 북한에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을 이유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가 있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수용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중국 기업을 포함하는 대규모 추가 제재도 22일 발표한다. 북한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들이 북한 주민의 고통 가중 우려를 알면서도 최우선 목표인 북한 정권의 핵 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나와서 대화하지 않는 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면서 외교적 해법의 유효함을 강조했지만, 북한을 전방위로 최대한 봉쇄해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북한의 대응은 미지수지만, 현실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미 의회와 전문가 집단은 '북핵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담긴 상징적 조치'라며 대체로 환영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상원의원들의 환영성명도 잇따랐다.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미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중대한 오판일지도 모른다"면서 북미 대화의 돌파구 마련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대방에게 출구를 열어주지 않는 '치킨 게임'을 강화할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점 논란도 있다. 북한이 두 달여 추가 도발 중단을 이어가고 모처럼 북한과 대화를 탐색하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종료 일정과 연결 짓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직후 곧바로 결정하지 않고 쑹 특사의 방북 결과를 지켜보다가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도 못 하고 '빈손 귀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전격 결정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서두른 인상이 짙다.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두 달여의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정원도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미사일 연구시설의 차량 활동이 활발한 점과 엔진실험 실시 정황 등을 들어 북한이 연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극한의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주지 않은 데서 드러나듯이, 북한도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미 사이에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방안을 갖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국 모두 들을 낌새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미국은 '윈-윈 게임'으로 갈아타야 한다. 한발씩 물러나 일단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