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부터 재벌 하수인까지…"좋은 모습, 나쁜 모습 다양하게 그릴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재벌 3세의 변호사 폭행 사건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면서 새삼 드라마 속 변호사의 모습에 관심이 쏠린다.
언젠가부터 변호사는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직업군이 됐다. 과거에는 변호사가 드라마에서 주로 똑똑하고 근사한 캐릭터로 그려졌고 선망의 직업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고 위상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극중에서 그려지는 모습도 다양해졌다.
◇ 상위 1% 부와 권력 장악부터 취직 걱정까지
2015년 SBS TV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한 국내 최대 법무법인 대표 한정호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준상이 연기한 한정호는 재벌가 거액의 송사를 맡는 것은 물론이고, 국무총리와 장차관 인사 등 정부 고위직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재력은 기본이고, 정보력과 권력을 손에 쥔 한정호는 비뚤어진 특권 의식 속 상위 1% 만의 세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올초 SBS TV '귓속말'에서도 웬만한 권력기관 부럽지 않은 법률회사 태백을 무대로 했다. 총리와 장관의 절반 이상이 태백의 고문단 출신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유죄를 무죄로 둔갑시키고, 무죄를 유죄로 만드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태백은 범죄 집단과 다를 바 없었다.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들이 모여서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정의와 진실은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저질렀고,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했다.
반면 MBC TV 월화극 '20세기 소년소녀'의 장영심(이상희 분)은 학창시절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천재였지만 그 이후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한 지 11년 만에 겨우 합격했고, 사법시험만 패스하면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취직이 되지 않았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취준생, 혹은 백수였던 그는 겨우겨우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을 한다.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정려원)은 혈기왕성한 검사였지만 무리한 수사로 옷을 벗은 후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물의를 빚어 검사를 그만둔 그를 받아주는 변호사 사무실은 없었고, 그는 급기야 길에서 자기 소개용 홍보물을 나눠주며 사건 수임에 나서는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드라마는 그랬던 마이듬이 다시 극적으로 비리 사건의 특검보로 임명된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 살인 누명을 쓰기도 하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최근 국내 최고 로펌의 변호사들이 재벌 3세로부터 머리채를 잡히고 손찌검을 당했는데도 쉬쉬했다고 해 시끌시끌하다. 뒤늦게 사건이 알려진 후 경찰이 수사하자 피해자들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 이른바 '갑질' 피해를 당했는데도 '금권'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런 일이 드라마에서는 낯설지는 않다. 다만,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줄 알았던 일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니 놀라움을 안겨준다.
MBC TV 토요극 '돈꽃'의 주인공 강필주(장혁 분)는 재벌 청아의 법무팀 상무다. 사시 출신 변호사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그러나 그의 별명은 '청아의 개'다. 재벌가의 온갖 구린 일을 처리한다. 그러다가 청아 며느리의 심기를 거슬러 따귀를 맞기도 한다.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의 변호사 백민호(김권 분)는 어울려 지내던 재벌 2세의 살인혐의를 뒤집어 쓰고 졸지에 살인범이 됐다. 그래도 명색이 공부 많이 한 변호사인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재벌 2세로부터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한 끝에 버려지고 감옥에까지 갇힌다.
또 극중 형제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허윤경(김민서) 역시 돈을 주는 사람의 비리와 범죄는 다 묻거나 눈감아 준다.
심지어 KBS 2TV 수목극 '매드독'에서는 항공회사의 변호사 이영호(정진)가 사주의 의뢰를 받고 증거 인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경찰에 잡힌 피의자를 접견하러 갔다가 자살로 위장해 살해하는가 하면, 또다른 인물을 길 가다가 칼을 휘둘러 살해하려고도 했다. 이영호 변호사는 해군특수부대 UDT 출신으로 설정됐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SBS TV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모든 악행의 중심에 검사 출신 변호사 이유범(이상엽)을 놓기도 했다.
반대로 지난 7월 끝난 SBS TV '수상한 파트너'는 정의와 진실을 위해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뛰어다니는 변호사들을 조명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변호사는 여전히 선망의 직업이고, 부와 권력의 옆에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라 드라마 속 인기 직업으로 등장한다"며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을 다양하게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