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인종청소 논란속 교황의 미얀마 방문 '살얼음판'

입력 2017-11-24 09:26  

로힝야 인종청소 논란속 교황의 미얀마 방문 '살얼음판'

미얀마 교회 '로힝야' 언급 자제 요청…군부·불교 자극하면 가톨릭 '위험' 경고도

교황, 영상 메시지서 "화해·용서·평화 메시지 전하러 간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역대 가톨릭 교회 수장 가운데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국제사회는 교황을 향해 로힝야족의 상대로 한 잔혹 행위와 인종청소 문제를 거론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는 교황이 로힝야족 문제를 언급할 경우 자칫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소수인 가톨릭 신자의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1982년 국적법 제정과 함께 미얀마에서 공식적으로 국민 지위를 박탈당했다.

이 법은 미얀마에 거주하는 8대 민족과 135개 소수 민족에게만 국적을 부여했다. 미얀마 국민 대다수는 영국 식민 통치 당시 집중적으로 유입된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벵갈리' 또는 '칼리'로 부른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지난해 5월 현지주재 미국 대사관이 '로힝야'라는 표현이 들어간 성명을 낸 데 대해 극우성향 불교단체가 반발하자, 미얀마 정부는 현지주재 외교관들에게 로힝야 명칭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이런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미얀마의 가톨릭 교회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미얀마 내 가톨릭 교회 최고 성직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종파 간의 분열적 논쟁을 피하고자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고통을 받고 교황이 이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미얀마 군부와 정부는 물론 국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황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로힝야족 문제를 언급해왔다.

지난 8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서 "종교적 소수인 로힝야 형제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지난달에는 "2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아이들이 난민 수용소에 있다"며 "그들에게는 먹을 권리가 있음에도 충분한 음식을 얻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고,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방문하는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종교계 안팎의 관측이다.

여기에 휴먼라이츠워치(HRW),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앰네스티(AI) 등 인권단체와 유엔도 교황의 방문을 겨냥한 듯 최근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잔혹행위와 인종청소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뤄지는 교황의 방문에 우려를 나타낸다.

종교전문 뉴스통신사인 RNS의 관계자이자 저명 작가 겸 분석가인 토머스 리스 신부는 로이터 통신에 "교황은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굽히거나 미얀마의 가톨릭 신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교황과 그의 능력을 대단히 존경해마지 않지만, 누군가 이번 방문을 하지 말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황이 자칫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수교 6개월째인 미얀마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엔기구에서 활동했던 미얀마 전문가 리처드 호시는 "교황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윤리의 목소리여서 그의 미얀마 방문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그는 미얀마의 민심이 로힝야족을 반대하며, 기독교 수장의 종교문제 개입이 이런 정서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미얀마 국민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하느님의 복음, 화해와 용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간다"며 "이번 방문은 가톨릭 신자를 확인하고 그들의 섬김과 만인의 위엄을 설파하는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오늘날 우리는 종교 신봉자들과 선인들이 하나의 인간 가족으로서 서로를 지지하는 상호 이해와 함께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끼며 산다. 우리는 모두 신의 자녀들"이라며 "여러분과 함께하는 나의 날들이 희망과 모두에 대한 격려의 원천이 되도록 기도해달라"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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