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업체는 배터리 사관학교?"…박한 대우가 인력유출 위기로

입력 2017-11-26 06:10  

"한국업체는 배터리 사관학교?"…박한 대우가 인력유출 위기로

처우 불만 목소리 높아…"인력 뺏기고 선두서 밀려난 일본 전철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내 배터리업계 핵심인력이 줄줄이 중국 업체로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업체가 관련 인력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말만 앞세울 뿐 정작 인재에 대한 처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주요 배터리 분야 연봉 수준은 국내 인력 스카우트에 혈안이 돼 있는 중국 업체와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졌다.

중국 업체의 연봉은 대리·과장급이면 많게는 1억원, 10년 이상 부장급은 2억원 이상 우리 업체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의 경우 같은 기업 소속이더라도 배터리 분야는 최근 호황을 누리는 석유화학 분야보다 연봉이 30~40%가량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실적에 따라 대규모 성과급이 종종 지급되지만, 배터리 분야는 아직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탓에 보너스를 적게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굴기(堀起)'를 외치고 있는 중국은 두툼한 돈다발을 앞세워 이같은 한국 인력의 약점을 파고들며 스카우트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퇴직까지 한참 남은 현직 인력 중심으로 '빼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분야는 주로 퇴임 직원 대상으로 스카우트 공세가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도대체 엔지니어나 연구개발 인력을 어떻게 대우하기에 고급 인력들이 급여 하나만 보고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의 나라로 쉽게 넘어가느냐"며 업계의 전문인력 홀대 현상을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국내 유력 배터리기업 한 곳의 이름을 조롱한 'XX사관학교'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 회사의 핵심인력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높은 처우를 앞세운 국외 기업의 스카우트를 기다리는 상황을 비꼰 말이다.

이 기업의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나한테도 오라는 오퍼가 있었다", "내가 40대 후반 부장급이면 당장 갈 것", "요즘 중국도 기술이 많이 나아져서 이직에 큰 걱정이 없다"는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KTB투자증권 이충재 연구위원은 "회사만 옮기면 똑같은 일을 해도 처우가 달라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배터리업계의 인력 빼가기'가 아니라 '배터리 부문 인재 처우 정상화'라고 봐야 한다"고 최근 업계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기술 격차의 근본은 사람"이라며 "엔지니어에게 성과급 몇 푼도 나눠주지 않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우리도 중국의 스카우트 공세로 무너진 일본 배터리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한때 소형 배터리 시장의 최강자로 중대형 시장에서도 최고의 기술과 점유율로 시장을 호령했지만, 핵심인력과 기술 유출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중국 등 경쟁사에 시장을 내줬다.

실제로 소니 등 소형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한 일본 기업들은 5~10년 전부터 핵심인력이 중국의 CATL이나 BYD 등으로 스카우트되면서 기술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의 핵심 인재를 확보한 중국 신흥 기업은 세계 시장과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일본 기업은 하나둘씩 시장에서 밀려났다. 지금은 파나소닉과 AESC 정도만이 일본 배터리업계의 명맥을 잇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보다 서너 배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의 제안을 마다할 인력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만들어낸 고급 공학 인력들이 우리나라 첨단 산업의 현재를 있게 한 역군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 제공을 통해 미래 성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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