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작별 인사…황혜민-엄재용의 '마지막 파드되'

입력 2017-11-25 18:55  

이토록 아름다운 작별 인사…황혜민-엄재용의 '마지막 파드되'

'오네긴'으로 은퇴…절절한 감성·완벽한 테크닉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드라마 발레 '오네긴'으로 은퇴 무대에 선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스타 무용수 부부 황혜민(39)과 엄재용(38)은 그들의 바람대로 완벽한 기량과 연기력으로 관객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황혜민과 엄재용은 20대 무용수 같은 날렵하고 단단한 테크닉에 풍부한 연륜으로 다져진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마지막까지 흡인했다.

무대가 끝난 뒤 로비 이곳저곳에선 "은퇴 무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전성기 시절 같다"는 감상평이 잇따랐다.

2009년 '오네긴' 초연 때부터 이 작품에 출연해온 이들 무용수는 자신들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펼쳤다.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명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오네긴'은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

독창적이면서 아름다운 동작과 섬세한 연기력을 함께 요구한다는 점에서 세계적 무용수들의 은퇴 작으로 자주 공연된다. 강수진 역시 이 작품으로 은퇴 무대에 오른 바 있다.

황혜민은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순진한 시골 처녀에서 그 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는 귀부인으로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종잇장처럼 가녀린 체구를 지닌 그는 "관객들을 울리는 재주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날도 사랑의 격정과 회한을 가슴 시리게 표현했다.

지난 15년간 단 한 번의 부상이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회전과 점프, 착지 등 그 모든 부분에 있어 안정감과 단단함이 느껴졌다.

검은 연미복을 입고 등장한 엄재용도 거만하면서도 도도한 오네긴을 실감 나게 그렸다. 여성 무용수를 유독 들어 올리는 동작이 많은 이 작품에서 엄재용은 황혜민을 안정적으로 파트너링하며 무대에 품격을 더했다.

특히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3막의 '회한의 파드되(2인무)'는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명연기였다.






귀부인이 된 타티아나를 사랑하게 된 오네긴이 뒤늦게 사랑을 갈구하고, 타티아나는 옛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내적 갈등을 벌이는 장면.

이들은 끌어안다가 밀쳐내고, 뿌리치는 듯 끌려가고, 떨어질 듯하다가 자석처럼 다시 붙는 2인무를 추며 복잡하게 얽혀버린 심리를 절절하게 표현했다.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를 향해 결국 단호하게 "떠나라"고 요구한 뒤 혼자 남은 방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오열하는 황혜민의 모습은 객석에 큰 여운을 남겼다.

스스로 은퇴를 결심한 이들 부부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커튼이 완전히 닫힌 뒤에도 관객들은 몇 번이나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불러냈으며, 사인회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이날 공연을 포함해 25일과 26일 두 번 무대에 더 선다. UBC는 발레단 역사와 함께해온 이들의 은퇴 공연을 맞아 관객과 함께하는 대규모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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