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민-엄재용의 마지막 춤…관객이 보낸 2천개의 하트 물결

입력 2017-11-26 23:06  

황혜민-엄재용의 마지막 춤…관객이 보낸 2천개의 하트 물결

26일 '오네긴'으로 은퇴…"무용수로서 후회 없는 인생"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관객들이 든 2천개의 하트로 객석이 4층까지 전부 물들었다.

눈시울을 붉힌 두 무용수의 머리 위에 꽃가루가 뿌려졌고 이들의 두 손에는 꽃다발이 끝도 없이 건네졌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스타 무용수 부부 황혜민(39)과 엄재용(38)은 이 무대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3막 마지막은 여주인공 '타티아나'가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 '오네긴'에게 떠나라고 단호히 명령한 뒤 홀로 남아 오열하는 장면.

황혜민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리자 관객들도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막이 닫히자 2천석에 달하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UBC에서 미리 준비한 '발레해줘서 고마워'와 붉은색 하트가 인쇄된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엄재용과 황혜민은 각각 2000년과 2002년 UBC에 입단한 이후 발레단 '간판스타'로 활동해왔다. 올해로 엄재용은 입단 18년차, 황혜민은 16년차.

문훈숙 UBC 단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눈물을 흘리며 이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두 무용수 역시 이날 마지막 무대를 맞아 더없이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이들이 은퇴작으로 선택한 드라마 발레 '오네긴'은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

황혜민은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순진한 시골 처녀부터 그 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는 귀부인까지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엄재용 역시 거만하고 도도한 청년에서부터 뒤늦게 사랑에 빠져 애타게 구애하는 중년 오네긴까지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1천회 이상 함께 공연한 이들의 단단한 호흡도 돋보였다. 엄재용은 황혜민을 종이 인형 다루듯 번쩍 들어 올리고 사뿐히 내리기를 반복했고, 황혜민은 엄재용의 팔과 어깨 위에서 날아다녔다.

압권은 역시 3막 푸릇하던 첫사랑의 시절을 돌고 돌아 중년의 남녀로 재회한 장면.

이들은 끌어안다가 밀쳐내고, 뿌리치는 듯 끌려가고, 떨어질 듯하다가 자석처럼 다시 붙는 '회한의 파드되(2인무)'로 객석에 먹먹함을 남겼다.






막이 닫힌 후에도 관객들은 연이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이들 커플은 몇 번이나 무대에 불려 나와 인사를 했다.

그간 활동상이 담긴 영상과 관객들의 이벤트 등을 지켜보며 이들은 계속 울컥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객석에는 좌석마다 커튼콜에 쓰일 플래카드가 놓여 있었다.

완전히 막이 내린 뒤에도 출연자 대기실 쪽에는 이들의 은퇴를 축하하려는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떠나고 싶었다"고 말한 두 사람은 2세 계획 등 '무용수 이후의 삶'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은퇴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후배 양성 등을 통해 발레와 인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엄재용은 이에 더해 안무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황혜민은 이날 공연을 마친 뒤 "16년 넘게 한결같이 보내주신 사랑에 정말 감사하다"며 "무용수로서 후회 없는 인생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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