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높이고 권력의 정당성 확보 기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의 흥행을 위해 야권 후보들의 TV 출연을 은근히 장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TV에 출연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의 지도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이달 초 인기 정치쇼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예산 정책과 외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비판했다.
앞서 여성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은 지난달 말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언론 자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새로운 인사를 요구했다.
야블린스키와 소브착 모두 러시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정치인이다.
특히 35세인 소브착은 배우와 사교계 명사로도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선 후보들의 잇따른 TV 출연은 그동안 밋밋한 선거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실제로 과거 대통령 선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2년 3월 치러진 대선에는 당시 푸틴 총리를 비롯한 후보 5명이 출마했지만, 푸틴 대통령에 편향된 선거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대선을 3주 앞둔 시점에서 푸틴 총리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을 출연시킨 정치 토크쇼가 러시아 당국의 검열로 인해 첫 방송 후 중단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도 및 인권사무소' 감시단은 러시아 대선 직후 성명을 내고 "러시아 대선 후보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며 "선거는 시작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현지 정계에서는 그의 4기 도전 출마와 당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의 당선을 위협할 정도의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 흥행을 노리고 야권 인사들의 방송 출연에 다소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발니는 작년 12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러시아의 정치학자인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새로운 인물들이 선거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어렵다. 투표율은 (권력) 정당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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