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계속 출석을 거부하자 법원이 궐석재판을 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8일 속행 공판을 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전날에 이어 출석하지 않자 궐석재판을 결정하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 277조의2에는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거동할 수 없을 정도의 신병 문제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증인신문 등 심리할 게 많고, 제한된 구속 기간 등을 고려하면 더는 공판 기일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고,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도 모두 사퇴했다. 이후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5명을 선정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접견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재판 불출석을 고수할 경우 내년 초로 예상되는 1심 선고도 궐석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허리통증을 호소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이 허리통증과 무릎 부종이 있어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으며, 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는 취지로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동할 수 없을 정도의 신병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지난달 16일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이 나오자 정치보복이라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보수 야당은 구속 연장이 가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가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전직 대통령답지 않은 태도라는 여론도 거셌다. 재판 결과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궐석재판까지 열리고 보니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상당히 지연되면서, 생각이 다른 시민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다른 피고인 중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이미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반면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씨와 조카 장시호 씨 등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은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국정농단의 충격과 혼란에서 벗어나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는 그런 국민 정서와 배치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님은 물론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재판 거부를 선언하면서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되짚어보고 불행한 과거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에서라도 재판에 성실히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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