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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비웃는 '인간 현수막'…속수무책 지자체 계도에 그쳐

입력 2017-11-29 14:17   수정 2017-11-29 14:30

단속 비웃는 '인간 현수막'…속수무책 지자체 계도에 그쳐

부산청년유니온 "청년들 열정 악용하는 행태는 개선돼야"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근무만 잘 서주시면 이어폰으로 음악 들어도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꿀알바."

최근 한 온라인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 모집 글이다.

인간 현수막은 말 그대로 두 사람이 한 개 조를 이뤄 현수막을 양쪽에서 들고 서 있는 것이다.




가로수나 전신주 사이에 줄로 묶는 기존의 고정형 현수막과 달리 단속반을 발견하면 재빨리 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서 현수막 압수나 과태료 부과를 피할 수 있다.

인간 현수막은 아파트 분양 광고에 주로 동원되는데 온라인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는 하루에만 10건 이상의 구인 공고가 올라올 때가 있다.

옥외광고물법 등에 따라 현수막은 설치 형태를 막론하고 지자체가 정한 장소에 사전 허가 없이 설치하면 불법이다.

불법 현수막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사람에게는 적발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자체는 수시로 주요 교차로나 도로를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간 현수막을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

부산 수영구청 관계자는 "현장을 발견하더라도 현수막을 접거나 이동하면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는 단속반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지만 짧은 시간에 비교적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시급은 8천원∼1만원 수준으로 올해 최저임금 6천470원보다 훨씬 많다. 하루 10시간만 가만히 서 있으면 8만원이 생긴다.

폭염이나 혹한 속에 몸을 피할 곳 없이 야외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게 고역이기도 하지만 서로 하려고 줄을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블로그에는 "이런 꿀알바를 왜 안 해?", "시간도 적당하고 일급도 나쁘지 않아", "현수막 한쪽 들고 신나게 노래 들으며 흥얼댔죠", "옆에서 관리·감독하는 사람도 없어요" 등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부산청년유니온 전익진 위원장은 "불법인지도 모르고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에 동원되는 청년들이 있다"며 "돈을 빌미로 청년들의 열정을 악용하는 행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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