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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서툰 청춘들 다독이는 영화 '초행'

입력 2017-12-01 11:11   수정 2017-12-01 19:47

처음이라 서툰 청춘들 다독이는 영화 '초행'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연애 7년 차인 지영(김새벽 분)과 수현(조현철)은 소꿉장난 같은 동거생활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다. 결혼 적령기가 다 됐는데 직장은 불안정하다. 지영은 방송국 비정규직 직원, 수현은 미술학원 강사. 지영은 2주째 생리가 없다고 전한다. 수현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영화 '초행'은 앞날에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커플의 이야기다. 결혼이라는 불씨를 안고 양가를 차례로 방문하는 지영과 수현의 여정을 따라가며 부부·가족 관계의 의미를 묻는다. 한겨울 황량한 풍경에 젊은 연인의 불안과 좌절을 포개고 한국사회의 모순과 불확실성을 비춘다.

지영과 수현의 가족은 뚜렷이 대비된다. 가족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 양극단에 있다. 지영의 부모는 인천의 방 4개짜리 번듯하고 전망 좋은 새 아파트에 산다. 비싸 보이는 안마의자도 있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하고, 어머니는 악착같다. 낙천적인 성격의 수현도 예비 장인장모 앞에선 적잖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수현의 부모는 삼척에서 별거 중이다. 요리 안 해본 티가 나긴 하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아들이 데려온 여자친구가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도 수십 년 같이 살기 쉽지 않은데, 마음에 안 들면 결혼생활은 지옥 같다고. 살아보고 결혼할지 결정하라고. 공장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다가, 술 몇 잔 들어가니 말수가 많아진다.

청춘의 불안은 어느 시대에나 즐겨 쓰인 보편적 소재다. 결혼해야 사람답게 살고 돈도 모은다는 잔소리 역시 오래된 레퍼토리다. 영화는 여기에 오늘날 한국사회의 단면을 더해 젊은 연인의 불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한줄기 희망을 암시한다.

서른 넘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수현은 그림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고, 말보다 더 중요한 건 교수 접대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어봐야 본인만 손해다. 광화문광장에 선 두 사람은 촛불을 들었지만, 목적지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따라가면서, 초행길은 누구나 서툴고 어려운 법이라고 다독인다.




자주 흔들리는 화면은 인물들의 불안감을 돋보이게 한다. 연출기법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김대환 감독은 이야기의 큰 틀만 던져놓고 인물의 대사와 감정을 배우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맡겼다. 동선도 정해놓지 않아 카메라를 고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새벽과 조현철은 실제 연인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야 가능한 연출기법에 연기력이 더해진 결과다. 연인의 며칠간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동년배 관객이라면 대단치 않은 상황과 대사에도 공감할 법하다.

'철원기행'으로 주목받은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7일 개봉.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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