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이대앞 노점상, 컨테이너몰에 새 둥지 틀까

입력 2017-12-05 11:11  

'30년 역사' 이대앞 노점상, 컨테이너몰에 새 둥지 틀까
서대문구, 내년 5월 '신촌 박스퀘어' 개관…노점상들 '반신반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30년 역사를 지닌 이화여대 앞 노점상들이 컨테이너를 겹겹이 쌓아 만든 최신 공간에 새 둥지를 틀지 주목된다.
서대문구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쉼터에 컨테이너로 쌓은 '신촌 박스퀘어'를 만들어 노점상을 입주시키고, 이곳을 지역 명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5일 밝혔다.
'박스퀘어'는 컨테이너를 의미하는 박스(Box)와 광장을 뜻하는 스퀘어(Square)를 합친 신조어다.
이대 앞 노점상은 198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해 한때 80개에 이르렀다. 지금은 이대 정문 앞에서 2호선 이대역까지 220m 구간에 45개 노점이 몰려있다. 떡볶이, 닭꼬치 등 먹거리 노점이 28개, 잡화 노점은 17개다.
1997년부터 20년간 운영한 '내 영혼의 닭꼬치' 등 일부 노점은 지역 명물이자 졸업하고 나서도 찾게 되는 학생들의 '벗'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점이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에 방해가 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대학과 지역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는 노점과 인근 점포 상인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데다 길거리에 LPG 통을 두면 안전 문제도 있어 노점 정비가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보통 노점 정비는 강제로 포장마차 등 점포를 철거하거나, 규격에 맞춘 판매대에서만 영업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대문구는 '제3의 길'을 택했다.
'박스퀘어'라는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불법 노점상들을 입주시키고, 이들이 안정적 자영업자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5월 완공이 목표인 박스퀘어는 지상 3층(연면적 774㎡), 높이 8.6m 규모다. 위에서 보면 삼각형 형태를 띠는 반영구적 시설이다.

여기에는 이대 앞 노점상 45명과 청년창업자 19명이 입주한다.
1층 점포 33곳은 노점상들의 자리다. 점포당 면적은 6.7㎡이며, 출입문은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창문형 접이식 문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된다.
2층에는 노점상 12곳과 청년 점포 15곳이 들어선다. 3층에는 청년 점포 4곳과 옥상정원이 생긴다. 고객들은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오갈 수 있다.
서대문구는 떡볶이와 닭강정에 편중된 기존 노점 메뉴를 수제 맥주, 커피, 간식 등 경쟁력 있는 먹거리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노점상의 안정적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 업체에 상권 분석을 의뢰하고, 입점 전 상인들에게 재창업 교육을 하기로 했다. 유명 셰프를 초빙해 개별 지도도 해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업종을 바꿔야 한다.
노점상 단체들은 서대문구의 이런 계획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박스퀘어가 들어서는 곳이 이대 앞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노점상들은 주로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재창업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서대문구는 기존 노점상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박스퀘어에 입주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이들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상인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신뢰를 형성해 도심 가로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며 "문화예술 광장인 연세로 조성으로 활력을 되찾은 신촌지역에 이어 이대지역도 '박스퀘어'를 통해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이 지금은 유동인구가 이대 앞보다 적을지 몰라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구는 이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올해 '이화패션문화거리'와 '이화 52번가 청년몰'을 만들었다. 내년에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였던 신촌 가압장 앞 낡은 토끼굴(굴다리)에 공공예술을 접목해 관광 명소로 만들기로 했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민자역사에는 내년 6월 면세점이 문을 연다.
서대문구는 이대 앞 노점상이 옮겨가면 노후 하수관과 가로수(은행나무)를 정비하고 조명·보도블록을 바꿔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박스퀘어 조성에는 서대문구 예산 28억5천만 원이 들어간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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