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앤더슨 왕립자문변호인(QC)은 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맨체스터 테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BBC방송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맨체스터 출생의 리비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살만 아베디(22)는 지난 5월 22일 오후 10시33분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매표소 인근 휴게소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아베디 이외 22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쳤다.
맨체스터 폭탄테러 등 4차례에 걸친 테러가 발생한 이후 런던경찰청 대테러국과 영국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국내정보국(MI5)은 자체적으로 사전 대응 과정을 각각 검토했다. 경찰과 MI5는 내부 검토 결과들에 대한 외부 독립적인 평가를 앤더슨 QC에게 의뢰했다.
앤더슨이 요약한 경찰과 MI5의 내부 검토 결과들에 따르면 아베디는 2014년 1~7월, 2015년 10월 MI5의 '관심 인물'(subjects of interest)에 올랐었다.
또 MI5는 아베디가 테러를 감행하기 수개월 전 두 차례 관련 정보를 입수했지만 당시 이 정보의 중요성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러가 일어난 뒤에 알고보니 이 정보가 맨체스터 테러와 "아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아베디가 국경보안 감시체계에서 누락된 탓에 리비아를 방문했다가 테러 며칠 전 영국으로 귀국할 때 국경검문소에서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런던 브리지에서 승합차를 인도로 돌진하고 인근 마켓에서 흉기를 휘두른 런던브리지 테러(7명 사망·48명 부상)의 범인 쿠람 버트(27)도 테러 당시 MI5의 '관심 인물'에 있었고, 웨스트민스터 차량 테러(4명 사망·50명 부상) 범인 칼리드 마수드(52) 역시 과거 '관심인물'에 올랐던 인물로 파악됐다.
앤더슨 QC는 "MI5와 경찰은 정보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정보를 보다 공유하며, 조직 내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이념이 뭐든지 보편적인 기반 위에서 테러 위험을 평가하고 사전 조사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날 내무부는 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차량 테러 이후 9건의 테러를 사전에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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